대전 화재 참사, 경보기 꺼지고 스프링클러 차단 '복합 인재'(종합)
경보기 오작동·대응체계 미비 등에 초동조치 지연 가능성
옥내주차장 스프링클러는 나트륨 정제소 운영 때문에 차단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안전공업 공장 화재는 방심과 방만이 부른 '복합적 인재'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화재 발생 전파를 비롯한 초기 대응이 늦어져 14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다, 앞서 수차례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재난 예방책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대현 대전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장은 26일 이번 사건 설명회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연소가 급격히 확대된 부분도 중요하지만, 많은 분이 제때 대피하지 못해 희생이 커진 부분을 중요하게 보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금까지 53명의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화재 당시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연기와 비명을 듣고 나서야 대피했다' 등의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당시 안전공업에 설치돼 있던 경보기는 디지털 로그가 남지 않는 모델이란 점에서 정상 작동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화재 당시 1층 공정라인에서 24시간 가동하는 설비를 감시하던 최초 화재 목격자를 통해 1층 4번 라인 상단 덕트에서 불이 시작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불이 난 공정라인은 1~6번 설비로 이뤄진 공간으로, 평소 화재가 발생했을 땐 곳곳에 설치된 차단 버튼을 통해 대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번 화재는 목격자가 소화기에 다가갈 틈도 없이 급격하게 번졌고, 직원 대부분이 점심시간에 휴게시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탓에 초동 대응이 늦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 측 판단이다.
해당 공장의 공정라인은 과거부터 화재가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름때와 오일 미스트 등이 원인으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출동한 사례만 6번이고, 소방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자체 진화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기본적인 화재 대응 매뉴얼은 있었으나, 생산 차질을 우려해 설비를 감시하는 인력만 배치했던 건 아닌지, 재난 대응을 위한 체계를 갖췄는지 여부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화재경보기를 비롯해 부실한 소방 방재설비가 참사를 키웠다는 정황도 발견되고 있다. 불이 난 공장은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어 내부 소화전과 화재경보기 및 속보기, 완강기 등만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옥내주차장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으나, 건물 3층 주차장 공간에 만든 나트륨 정제소에선 금수성 물질을 다루는 탓에 의도적으로 이를 차단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경찰은 안전공업 측이 나트륨 정제소를 무허가로 운용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해당 공장 직원들은 완강기 사용법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해 소방 당국의 시정 요구를 받은 적이 있었다. 또 화재 경보기와 연동돼 119에 화재 발생 사실을 신고하는 속보기는 이번 참사 당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노동 당국은 이번 화재 사망자 14명 중 2명이 하청업체 소속이란 점에서 불법파견 여부를 살피고 있다. "작년 파견 인력은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번엔 정상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아울러 경찰은 이번 화재 발생 전 회사 내에서 "안전 개선을 건의했으나 반려됐다"는 진술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건의를 묵살한 주체가 경영진인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은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를 비롯한 회사 경영진 6명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다. 노동 당국은 손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jongseo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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