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비웃듯 흉기 들고 폭행…판사 "대화 목적" 전자발찌 기각
관계성 범죄, 느슨한 피해자 보호 체계 '민낯'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이별을 통보한 전 연인에 대한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흉기를 들고 찾아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법원이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내린 데 이어 별다른 재범 방지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남양주 스토킹 살인'으로 관계성 범죄에 대한 피해자 보호 대책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이에 대한 법적 시스템은 여전히 느슨해 보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50대 A 씨는 지난해 9월 초 충남 서천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동거하던 50대 여성 B 씨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뒤 지역 팬션에서 혼자 지내왔다.
이후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과 B 씨가 운영하는 호프집을 찾았다가 B 씨 지인들과 실랑이를 벌였는데, B 씨가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격분해 다음날 B 씨 소유 차량과 가게 유리창 등을 부쉈다.
당시 A 씨는 자신을 피하는 B 씨에게 계속 연락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결국 이 같은 일로 대전가정법원 홍성지원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 및 전화, 문자 등 연락을 금지하는 임시조치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A 씨는 법원 명령을 받은 1주일 뒤인 9월 19일 0시 10분께 아파트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는 B 씨를 흉기를 든 채 급습했다. 미리 흉기를 준비해 B 씨 거주지를 찾아간 A 씨는 계단 사이에서 3시간 40분간 기다리다 B 씨를 발견하자 마자 목에 흉기를 들이밀었다.
다행히 A 씨가 흉기를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살려 달라'며 무릎을 꿇은 B 씨는 얼굴과 상체를 수회 걷어차여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범행 후 신고하지 못하도록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숨기기도 했던 A 씨에게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은 이유가 영향을 줬는데, 특히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및 보호관찰명령 청구도 모두 기각했다.
동종범죄로 실형 등 다수 처벌전력이 있으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도 유리하게 참작됐다.
검찰은 A 씨를 살인미수, 특수재물손괴, 가정폭력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징역 5년과 함께 각 명령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가 흉기로 상해를 가하지 않은 점, 살해할 목적이 아닌 대화를 강제하기 위해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춰 살인미수 혐의를 무죄로 보고고 이 같이 판결했다.
이에 따라 부착명령 및 보호관찰명령청구 대상에 해당하지 않게 되면서 검찰 청구는 이유를 잃게 됐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A 씨와 검찰 모두 1심이 부당하다고 항소했으나 A 씨는 돌연 항소를 취소하고 죗값을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은 대전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전자발찌 및 보호관찰 명령을 재청구한 상태다.
jongseo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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