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이념에 맞지 않아…과오보다 업적 더 커" 박정희동상 여전한 논란

재판부 "정치적 논란 이유로 철거 안돼"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 뉴스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동대구역 광장에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둘러싼 소송에서 법원이 "존치해도 된다"는 판결을 내리자 철거를 요구하는 쪽에서는 '유감'의 뜻을, 반대쪽에서는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3일 대구지법에 따르면 지난 1일 대구지법 11민사부(부장판사 권준범)가 국가철도공단이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철거 청구 소송에 대해 대구시가 주장한 사용권 및 관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박정희 동상이 건립될 때까지 7년 동안 피고가 동대구역 고가교의 각종 시설물을 설치·관리·운영했으나 원고가 의견을 제시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의 사용·관리권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고 동대구역 고가교의 구조상·안전상 위험 등 철거할 상황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을 메운 시민들은 선고 결과에 대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법원 앞에서 "철거 반대"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김 모 씨(65)는 "정의가 승리했다.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시민과 함께 지키겠다"고 했다.

이와 반대로 강금수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정책기획팀장(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정희 동상은 법적·절차적 문제뿐 아니라 헌법이 천명한 자주독립정신과 민주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헌법과 법률에 담긴 취지와 정신에 비춰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민 편의를 위한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관리권의 범위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박정희 광장 표지판과 동상은 규모와 성격상 편의시설로 볼 수 없고 관리권의 범위를 넘어선 무단 점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철도공단은 즉시 항소해야 하고, 국토교통부도 재판 뒤에 숨어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시민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렸다.

30대 A 씨는 "외지인 입장에서 보면 대구의 극우 성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고, 박정희 동상이 대표적"이라며 "볏단을 들고 있는 동상의 모습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60대 B 씨는 "역사적 인물을 기려 동상을 세우는 것은 어느 나라에나 흔히 있는 일로 우상화가 아니다"며 "그의 과오보다 산업화·근대화를 이끈 업적이 더 크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