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학생 살해 피의자 직접 실종신고…여성 옷 입고 '피해자 행세'(종합)

피해자와 주거지 들어간 뒤 여성 옷차림으로 동대구역으로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고 귀가…피해자 휴대전화 전원도 꺼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6.8.25 ⓒ 뉴스1 공정식 기자

(경산=뉴스1) 신성훈 공정식 이성덕 기자 = 경북 경산에서 20대 중국인 여성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30대 중국인 남성이 범행 이후 여성 옷차림으로 피해자의 동선을 위장한 데 이어 직접 실종 신고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피의자가 피해자가 살아서 주거지를 빠져나간 것처럼 보이게 한 뒤 실종 신고까지 하면서 수사에 혼선을 주려한 정황 등 범행 전후 행적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26일 경북 경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살인 혐의로 체포된 중국인 남성 A 씨(30대)는 지난 20일 오후 2시쯤 중국인 여성 유학생 B 씨(20대)와 함께 자신의 주거지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폐쇄회로(CC)TV에는 A 씨가 B 씨를 강압적으로 끌고 가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B 씨가 주거지에서 나오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A 씨가 여성 옷을 입고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홀로 주거지를 빠져나와 동대구역까지 이동한 정황이 CCTV 등에 포착됐다.

A 씨는 동대구역 일대 화장실에서 다시 옷을 갈아입은 뒤 자신의 주거지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B 씨의 휴대전화 전원도 특정 시점에 꺼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가 B 씨가 직접 주거지를 빠져나가 대구 방면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이도록 동선을 위장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A 씨는 경찰에 "B 씨가 사라졌다"며 직접 실종 신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여성 옷차림으로 이동한 행적과 피해자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경위, A 씨가 직접 실종 신고를 한 과정 등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B 씨는 대학원 졸업 수료증을 받기 위해 경산을 찾았다가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있는 가족들은 B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현지 SNS 등에 사진과 인적 사항, 마지막 행적 등을 담은 게시물을 올리고 국내 지인과 학교 관계자 등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행방을 수소문했다.

이에 중국 주부산총영사관도 가족 측의 도움 요청을 받고 영사 조력에 나섰으며, B씨의 사망이 확인된 뒤 한국 경찰에 철저한 수사와 범인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유족의 사후 절차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토대로 CCTV와 이동 동선, 주변 인물 등을 추적하던 중 B 씨의 마지막 행적과 A 씨의 동선이 겹치는 점 등을 토대로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수사망을 좁힌 경찰은 지난 25일 오후 7시29분쯤 경산에 있는 A 씨의 주거지에서 살인 혐의로 체포영장을 집행해 A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이곳에서 숨진 B 씨도 발견했다.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 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6.8.26 ⓒ 뉴스1 공정식 기자

A 씨는 현장 감식이 끝난 뒤 같은 날 오후 11시50분쯤 경산경찰서로 압송됐다. 취재진이 범행 동기와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가 사건 초기 피해자의 행적을 위장하고 직접 실종 신고까지 한 일련의 행동이 수사기관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초기 경찰을 속인 점 등을 고려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 씨와 B 씨의 관계와 B 씨가 A 씨의 주거지로 가게 된 경위, 정확한 범행 시점과 동기 등을 조사하는 한편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범행 전후 행적을 재구성할 방침이다.

ssh48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