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 '경찰의 날'…대구경찰에 흐르는 '독립운동의 피'

"대를 이은 나라 사랑"…독립유공자 후손인 현직 경찰 다수

제80회 '경찰의 날'(10·21)을 앞두고 존경 받을 가족사를 가진 경찰관들이 주목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제79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대구경찰시민공원에서 열린 순직 경찰관 추모식에서 대구경찰청 관계자들이 호국 순직 경찰 추모비의 이름을 어루만지며 영면을 기원하는 모습. 2024.10.2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제80회 '경찰의 날'(10·21)을 앞두고 존경받을 가족사를 가진 경찰관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대구 치안 현장을 누비고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 후손 경찰관들이 주인공이다.

20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수성경찰서 교통안전계에 근무 중인 손태기 경위는 독립운동가 벽산 김도현(1852~1914) 선생의 외증손자다.

김 선생은 명성황후시해사건 이후 대한제국 강제 병합 이전까지 의병 활동을 전개한 의병장이다. 명성황후시해사건 직후 경북 안동지역에서 의병 활동을 시작해 1896년 10월까지 항전했다.

그는 1905년 을사늑약 체결에 저항, 상소 투쟁에 나서기도 했으며 1907년 2월 의병 활동을 조직하다가 수감되기도 했다. 이후 1914년 국권 상실에 분개해 투신, 생을 마감했다.

정부는 선생의 이런 공을 인정해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손 경위는 선조의 나라 사랑 정신을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교통경찰로 계승해 경찰의 사명감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1998년 6월 경찰에 들어와 지구대와 파출소 등 일선 현장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켜왔다.

최근에는 교통안전계 소속으로서 교통사고 예방과 5대 반칙 운전 예방 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손 경위는 "독립운동에 나섰던 외증조부님의 정신은 제게 늘 자부심이자 책임감을 준다"며 "경찰관으로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그 정신을 잇는 길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성서경찰서에 근무하는 민병주 경감의 증조부는 우초 민순호(1880~1965) 의사다.

민 의사는 경북 문경에서 의병을 일으켜 경상도와 충청도, 강원도에서 대일 투쟁을 하며 친일파를 처단하는 항일 투쟁에 나선 인물이다. 정부는 그의 공적을 인정해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23년간 경찰로 봉직한 민 경감은 어릴 때부터 국가를 위해 헌신한 증조부처럼 경찰관으로서의 꿈을 가져왔다고 한다.

민 경감은 "앞으로도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치안 현장 최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 치안정보과 광역정보1팀에 근무하는 강효선 경사는 고조부와 증조부가 모두 독립운동을 했다.

강 경사의 고조부는 3·1운동을 주도한 인물을 일경으로부터 보호하는 등 항일 투쟁에 나서서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았다.

증조부는 3·1운동 당시 일경 주재소를 습격하고 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하는 등의 활동을 펼쳐 1992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동부경찰서 안심지구대에 근무하는 이재승 경감은 독립유공자 이형표(1856~1924) 선생의 증손자다.

이 선생은 일제강점기 의병을 모집하고 군수품을 공급한 독립유공자로 1995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한국 경찰의 역사는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라는 사명 아래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며 "그 역사의 한 축을 이룬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경찰관이 있다는 것은 경찰의 날 80주년을 더욱 빛나게 한다"고 말했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