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커피 좀 안 던져주나" 한마디에…정이한 '음료 투척 자작극' 모의
녹차라테·차량 동선·대사까지 구체적인 범행 실행 계획 세워
붙잡히자 서로 모르는 사이 행세…형사처벌 대수롭지 않게 여겨
- 박서현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6·3 지방선거 당시 '음료 투척 자작극'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낮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범과 범행 방법부터 동선, 대사까지 구체적으로 계획한 정황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26일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정 전 후보와 공범 헬스트레이너 A 씨(30대·남)는 2019년 헬스장 회원과 트레이너로 처음 만나 개인 훈련(PT)을 계기로 친분을 쌓은 뒤 친구처럼 지내온 사이였다.
정 전 후보는 부산시장 선거를 앞둔 지난 4월 초 낮은 인지도를 고민하던 중 A 씨에게 "내가 화분이라도 맞았으면 좋겠다", "누가 커피 좀 안 던져주나"라는 취지로 말했다.
A 씨가 "뭐라도 던져드릴까요"라고 답하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실제 범행 모의로 이어진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정 전 후보는 범행을 하루 이틀 앞둔 4월 25~26일 A 씨가 운영하는 헬스장을 찾아가 27일까지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며 유세 도중 자신에게 음료를 던져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방법도 구체적으로 정했다. 정 전 후보는 "물은 색깔이 남지 않는다"며 녹차라테처럼 흔적이 남는 음료를 던져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이 명함을 건넬 때 자동차 창문을 내려 음료를 뿌리고, 차가 음료를 던지기 좋은 위치로 들어올 수 있도록 좌회전 차선으로 진입하라는 동선도 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음료를 던질 때는 "어린놈이 무슨 시장이냐"고 말하면 인지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냈다. A 씨에게 다른 사람의 차를 이용하고 모자를 착용하라고 하는 등 신원을 감추는 방법도 논의했다.
정 전 후보는 자신의 수행원들이 범행 차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A 씨에게 "누구한테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안심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붙잡히더라도 자신이 선처해 사건을 빨리 끝내고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두 사람은 범행이 드러날 경우 받을 형사처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범행을 수락하면서 "해 봐야 상해 정도 걸리겠네요"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A 씨는 지난 4월 27일 오전 8시 6분쯤 렌터카를 몰고 부산 금정구 유세 현장을 찾아 계획대로 정 전 후보에게 "어린놈이 무슨 시장이냐"고 말한 뒤 녹차라테를 뿌렸다. 이어 플라스틱 컵과 삶은 계란까지 던졌고, 정 전 후보는 뒤로 물러나다 도로 연석에 걸려 넘어졌다.
범행 이후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 벌어진 우발적 사건인 것처럼 진술했다.
정 전 후보는 경찰이 검거된 A 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는 사람인지 묻자 "전혀 아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A 씨 역시 정 전 후보가 너무 어려 보여 순간적으로 화가 났으며 녹차라테와 계란은 자신이 먹으려고 사둔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후보는 이후 방송과 언론 등을 통해 7차례에 걸쳐 우발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의 내용을 외부에 알린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들의 자작극으로 경찰관 18명이 현장 출동과 수사에 투입됐고 폐쇄회로(CC)TV 분석과 차량 추적, 현장 감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이 진행됐다. 국가정보원과 대테러협의회도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정 전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A 씨도 공직선거법 위반과 상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후보와 A 씨의 첫 공판은 다음 달 15일 부산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wise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