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홍후이 그룹', 노쇼사기로 210명 속여 71억 뜯어내"

부산경찰청, 조직원 52명 수사 결과 발표

캄보디아에서 대규모 스캠 범죄를 저질러 강제 송환된 한국인 피의자들이 지난 25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6.1.25/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캄보디아에서 강제 송환된 노쇼 사기 범죄단체 '홍후이 그룹' 조직원들에 대한 수사 결과, 이들은 역할과 팀을 나눠 71억 원 상당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캄보디아 범죄단체 강제송환 및 수사 전담 태스크포스(TF)는 전기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범죄단체가입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52명에 대한 수사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작년 8월 22일부터 12월 9일까지 공공기관, 병원 등 144개 기관을 사칭해 특정 거래처에서 물품을 대리구매 해 달라고 한 뒤 대금을 편취하는 '노쇼 사기' 방식으로 피해자 210명에게서 71억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한 피해자의 경우 2억 77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이들은 단체 메신저 방에서 '홍후이 그룹'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이 조직은 중국인 총책, 중국인 관리책, 한국인 관리책, 팀장, 팀원 등 직급 체계를 갖추고 있고, 5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또 조직원들은 직급과는 별개로 '1선'과 '2선'으로 역할을 나눠 맡았다. 1선은 범행 대상 업체 정보를 수집하고 위조한 명함이나 공문을 보내며 거래를 제안한 뒤 특정 업체로부터 대리구매를 요청하며 2선과 연결해줬다.

홍후이 그룹 범죄 조직도.(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은 계약 정보나 대표자 이름을 확인한 뒤 그에 맞는 범행 시나리오를 만들어 배포했고, 범행에 실패할 경우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이들에겐 '시청·공기업 직원은 갑이다. 절대 매달리거나 비굴한 말투를 하지 마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

피해자에게서 연락 받은 2선은 위조된 사업자등록증과 견적서를 다시 피해자에게 전달한 뒤 자신들이 지정하는 대포통장 계좌로 피해금을 송금하게 했다.

중국인 총책은 조직원 개인별로 매일 50건 이상 범행할 것을 지시하고, 사칭 대상 범위를 늘려가며 범행에 이용되는 정보를 확대해 간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각 팀은 범행이 겹치지 않도록 사칭할 기관과 피해 대상 업체들을 날짜별로 배분받았다.

이들 조직이 사용한 건물 입구에는 전기충격봉을 소지한 경비원이 있어 일반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됐다. 다만 우회 통로가 있어 일부 피의자들은 건물 안팎을 쉽게 오갈 수 있었다고 한다. 상당수 피의자는 건물 내에서만 지내야 했지만, 건물 내에 카지노, 식당 등 시설이 완비돼 있었다.

피의자 52명 중 3명은 자진 귀국했고, 49명은 지난 23일 강제 송환됐다. 성별로는 남성 48명, 여성 4명이고, 연령별로는 20대 21명, 30대 24명, 40대 7명이다.

이들 상당수가 대포통장이나 대포전화를 판매하면서 범행에 연루됐고 브로커 등을 통해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기본급·성과급을 받는 조건으로 조직에 가담했다. 그러나 대다수는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기본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들은 자신들이 '납치, 감금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통해 "범죄수익금을 성과급으로 받기 위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홍후이 그룹 범죄조직 텔레그램 대화 내용.(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 관계자는 "범행 직후 피의자들이 메신저로 피해자를 조롱하기도 했다"며 "범행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단속에서 검거되지 않은 한국인 여성 관리책 등 2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와 국제 공조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범죄수익의 추적·환수 또한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공공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예방 홍보와 해외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리로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노쇼 사기의 전형적 형태이니 절대 응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부산경찰청은 작년 10월부터 이들 조직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던 중 피의자들이 한국과 캄보디아 경찰로 구성된 '코리아전담반'에 의해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검거됐다.

작년에 경찰청으로부터 '집중수사관서'로 지정된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캄보디아에 수사관 10명을 파견하고 TF를 구성했으며, TF는 수사를 통해 당초 '피해자 76명에게 17억 8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 외 추가 범행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ilryo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