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밥상에 담긴 거대한 유산"…국중박 '우리들의 밥상'전
K-푸드 뿌리 찾는 한식 종합 전시회…총 488건 684점 선봬
21점 배우 류수영 해설…7월 1일~10월 25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전 세계를 사로잡은 케이푸드(K-Food)의 진짜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우리가 매일 집에서 무심코 마주하는 평범한 밥상 속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1일부터 10월 25일까지 우리 전통 식문화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형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식문화 전시다. 국내외 51개 단체가 힘을 모아 보물 5건과 국가민속문화유산 2건을 포함해 총 488건 684점이라는 엄청난 수의 유물을 한자리에 모았다. 개막 첫날인 7월 1일부터 5일까지 닷새 동안은 누구나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30일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유홍준 관장은 "이번 전시는 식재료, 조리법, 상차림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한국문화사의 전시"라며 "우리 식문화의 핵심인 쌀과 국, 그리고 숟가락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관장은 특히 1937년 강제 이주 속에서도 종자 씨를 지켜내 끝내 쌀농사를 지어낸 고려인들의 역사를 언급하며 한국인에게 쌀이 지닌 남다른 의미를 짚었다. 아울러 안심, 등심을 넘어 제비추리, 토시살, 채끝살 등 소고기 부위를 수십 가지로 섬세하게 나누는 우리말의 발달과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나물·발효 문화를 소개다.
그는 "이 전시는 문학, 미술, 고고, 역사가 비빔밥처럼 어마어마하게 버무려진 전시"라며 마지막으로 변월룡의 작품 '어머니'를 언급하며 "밥상의 주인공은 결국 어머니이며,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이 우리 삶의 기본"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간 특정 음식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는 꽤 있었다. 하지만 수천 년 동안 이어진 한국인의 먹거리 역사를 고고학 유물부터 조선 시대 왕실 기록물, 옛 그림과 현대 미술작품까지 하나로 엮어 종합적으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물관은 관람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식사하셨어요?"라는 정겨운 인사말로 전시장 문을 연다. 이어 1부 '삶과 함께 한 우리 밥상'과 2부 '자연이 빚은 우리 밥상'이라는 두 가지 갈래를 통해 한국인이 무엇을 어떻게 먹으며 살아왔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시장에서는 3000년 전 청동기 시대의 불탄 볍씨와 백제 무령왕릉에서 나온 숟가락과 젓가락, 그리고 조선 시대 김홍도가 그린 보물 그림인 '주막'과 '새참'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삼국시대 항아리에 담긴 조개껍데기와 냉장고가 없던 옛날에 음식을 오래 보관하던 지혜가 담긴 서적들도 눈길을 끈다.
진짜 음식을 차려놓지 않았지만, 요리하는 소리와 냄새를 상상하게 만드는 영상 장치들을 곳곳에 설치해 관람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유명 배우 류수영이 해설자로 나서 주요 유물 21점에 얽힌 숨은 이야기를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줄 예정이다.
유 관장은 "이번 특별전이 우리가 매일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밥상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소중한 제안"이라며 "관람객들이 옛 조상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며 한국의 음식 문화가 자연을 존중하고 밥을 소중히 여긴 수많은 사람의 땀방울로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느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는 배를 채우기 위해 습관적으로 수저를 들지만, 정작 그 안에 담긴 문화적 무게를 잊고 산다. 이번 전시는 화려한 미식의 유행만을 좇던 현대인들에게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의 역사"라는 의미를 전한다.
박물관이 박제된 유물만 보여주는 딱딱한 공간에서 벗어나, 가장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밥상'이라는 주제를 선택해 시민들과 소통을 시도한 점은 신선하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K-푸드가 단순히 반짝 유행이 아니라 깊은 뿌리를 가진 하나의 거대한 문화임을 증명하는 최고의 기회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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