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대사진 걸작들, 한옥 채우다…메이플소프 '형태의 시학'전

초대형 신작 연작 3점, 국내 최초 공개
국제갤러리 7월 19일까지

국제갤러리 한옥 로버트 메이플소프 개인전 《형태의 시학》 설치전경,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세기 후반 미국을 뒤흔들었던 전설적인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특별한 작품들이 한국의 전통 건축 공간을 가득 채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오늘날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작가의 생전 소망을 실현한 초대형 신작 연작이 국내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어서 수많은 미술 팬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7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제갤러리 한옥에서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개인전 '형태의 시학'(The Poetics of Form)을 개최한다. 지난 2021년 국내에서 처음 열렸던 개인전이 인간의 성적 욕망이나 유명인의 모습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집중했다면, 5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이번 행사는 그의 사진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형태와 시각적 질서 그 자체를 깊이 있게 파고든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단연 로버트 메이플소프 재단과 손잡고 준비한 '모던 오버사이즈' 작품들이다. 평소 사진을 조각이나 회화 같은 순수 예술의 경지로 올리고 싶어 했던 작가의 뜻에 따라, 재단은 현재 기술로 인쇄할 수 있는 가장 큰 크기인 54 x 54 인치(137.2 x 137.2cm)로 흑백사진을 찍어냈다. 이 대형 연작 중 3점이 이번에 한국 관객들과 처음 만난다.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Thomas〉 1987 Silver gelatin 137.2 x 137.2 cm (54 x 54 in.) ⓒ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작가는 생전에 철저하게 계산된 빛과 완벽한 구도를 사용해 인물과 누드, 꽃 등을 마치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조각상처럼 표현해냈다. 강렬한 흑백의 대비는 평면인 사진을 마치 입체적인 조각처럼 보이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과거 그가 흑인 남성의 누드나 성적 하위문화처럼 세상이 금기시하던 파격적인 주제를 다룰 때조차도, 늘 교과서처럼 바르고 정교한 아름다움을 고집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네모난 현대식 전시장을 벗어나 고즈넉한 한옥에서 열리는 만큼, 작가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과 고요한 실내 분위기가 색다른 대조를 이루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1989년 44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음에도 현대 사진의 길을 넓힌 메이플소프의 시도는 늘 파격적이었다. 사진을 단순한 기록이 아닌 하나의 예술적 조각으로 바라본 그의 고집은 오늘날의 시선으로 봐도 여전히 새롭고 날카롭다. 한국의 멋이 살아있는 한옥이라는 공간에서 만나는 거장의 거대한 흑백사진들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