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예술가의 60년 여정"…韓 현대 도예 거장 '신상호: 무한변주'전
도자 90여 점·카이브 70여 점 공개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 27일~2026년 3월 29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한국 현대 도예의 선구자 신상호(1947~)의 회고전 '신상호: 무한변주'를 27일부터 내년 3월 29일까지 과천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60여 년간 흙을 매체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의 조각적·회화적 여정을 조명하며 한국 현대 도예의 확장된 범주를 소개한다.
신상호는 전통 도자의 형식과 의미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끊임없는 실험을 해 왔다. 전통 도자를 제작하며 장인이자 산업 역군으로 정체성을 모색하던 초기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국제화 물결 속에서 전통 규범을 넘어서 '도자 조각'(도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이후 '도자 설치', '건축 도자'를 거쳐 최근에는 흙의 물질적 깊이를 평면 회화로 구성하는 '도자 회화'를 선보이며 현대 도예의 지평을 넓혀왔다.
전시는 신상호의 60년 흙의 여정을 담은 도자 90여 점과 아카이브 70여 점을 5부로 구성해 선보인다.
1부 '흙, 물질에서 서사로'는 1960-1990년대 전통 도자 세계를 조명한다. 국내 최초 가스가마 도입, 생활 식기 제작, 화가들과의 협업 등을 통해 '전통의 현대화'를 시도했으며, '아(我)' 연작과 '분청' 연작 등에서 원숙한 경지를 보여준다.
2부 '도조의 시대'는 1986년부터 선보인 도자 조각을 소개한다. 미국 추상표현주의 도자 경험을 바탕으로 조각과 회화적 요소를 결합한 '꿈' 연작, 아프리카 미술에 매료되어 흙의 원초적 생명력을 형상화한 '아프리카의 꿈' 연작(2000~) 등을 통해 형태적 언어를 확립했다.
3부 '불의 회화'는 2001년 이후 도자와 건축의 결합을 실험한 건축 도자를 조명한다. 600여 장의 도자 타일과 아카이브를 통해 서울 센트럴시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등에 설치된 '구운 그림' 작업을 선보이며 흙의 기능적 잠재력과 예술적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4부 '사물과의 대화'는 1990년대부터 시작된 타문화 옛 물건 수집과 이를 통한 창작 활동을 소개한다. 아프리카 공예품, 중국 청화백자 등 수집품을 전시장에 재현하여 작가의 영감의 원천과 혼종적 작품들을 조명한다.
5부 '흙의 끝, 흙의 시작'은 2017년부터 흙판을 금속 패널에 부착해 선보인 도자 회화를 조명한다. '생명수', '묵시록' 연작 등은 흙의 유기적 패턴과 색의 층위로 평면 회화를 구성하며, 조각과 회화의 통합이라는 작가의 오랜 탐구의 귀결을 보여준다.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인 '흙에서 태어난 상상동물'에서는 작가의 대표작 '아프리카의 꿈'을 모티브로 참여자가 도자 조각을 직접 창작해 볼 수 있다. 참여 작품은 전시 기간 중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MMCA는 이번 전시가 역대 최대 규모의 도자 작가 개인전으로, 흙이라는 물질의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한국 현대 도예에 대한 시각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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