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의 시작 '제3의 불' 점화 성공 [김정한의 역사&오늘]

1962년 3월 19일

국내 첫 상업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 (오른쪽) 모습. 2025.6.26 ⓒ 뉴스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62년 3월 19일, 경기도 양주군 공릉동(현 서울 노원구) 연구소 부지에 모인 과학자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대한민국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2'(TRIGA Mark-II)가 마침내 임계 상태에 도달하며 '제3의 불'이라 불리는 원자력의 불꽃을 피워 올린 순간이었다.

이는 자원 빈국이었던 한국이 에너지 자립을 향해 내디딘 역사적인 첫걸음이었다. 아울러 오늘날 원전 강국으로 도약하게 된 결정적 변곡점이었다.

당시 한국은 전력 부족이 일상화된 가난한 나라였다. 이승만 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원자력 도입 계획은 1959년 원자력원 설립과 연구소 착공으로 구체화됐다. TRIGA Mark-II의 점화 성공은 한국 과학기술계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 작은 원자로를 통해 배출된 인력들은 이후 고리 1호기 건설과 원전 국산화 과정의 핵심 주역이 됐다.

60여 년이 흐른 2026년 현재, 한국의 원자력 위상은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높아졌다. 1970년대 외산 기술에 의존했던 한국은 이제 독자 모델인 APR1400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출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은 최근 체코와 폴란드 등 유럽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건설 역량과 경제성을 인정받으며 'K-원전'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이 국가적 과제가 된 오늘날, 원자력은 무탄소 기저 부하 전원으로서 그 가치가 더욱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은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차세대 기술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미래 에너지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1962년의 그 작은 불꽃이 이제는 국가 경제를 지탱하고 지구 환경을 지키는 거대한 에너지가 됐다. 기술 황무지에서 꽃피운 대한민국 현대사의 자부심이자, 에너지 안보를 향한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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