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청장 "높이 71.9m 고집 안 해…높이 조정 가능성 열려 있다"

"세계유산영향평가, 규제 강화 위한 제도 아냐"
태릉CC 세계유산영향평가, 연내 마무리될 예정

지난 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발언하는 모습.(국가유산청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앞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일전에 서울시장과 대화할 당시 (건물 높이) 71.9m를 고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허 청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HIA)가 진행되면 심사 과정에서 앞·뒤 건물과 종묘 일대 경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건물 높이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도 서울의 특수성과 주민 요구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가유산청과 서울시는 2018년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건물 높이를 종로변 55m, 청계천 변 71.9m로 협의했으나, 서울시가 지난해 최고 높이를 145m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양측은 재개발 사업이 종묘에 미칠 영향을 검증하는 HIA 실시 여부 등을 놓고 갈등을 이어왔다.

허 청장의 이번 발언은 8년 전 협의가 이뤄진 71.9m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고수하기보다는,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 개발 여건을 함께 고려해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모습.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시에 첫 행정명령 내린 이유

허 청장은 최근 종묘 앞 재개발 사업에 대해 HIA를 받으라고 서울시에 행정명령을 내린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지난 6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종로구청에 '세계유산 종묘와 그 역사문화 환경 보호에 필요한 조치 이행 명령'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종묘 관련 사업을 둘러싸고 처분적 성격의 공문이 나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허 청장은 "지난 7개월 동안 서울시에 HIA는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누누이 설명했고, 세운4지구 문제를 갈등이 아닌 상생의 방식으로 풀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중 세운4구역 사업시행자인 SH가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고, 이에 서울시에 해당 인가를 취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사전 법적 이행 공문을 보낸 뒤 10일 동안 기다렸으나, 서울시 측이 HIA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며 "결국 행정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종묘 모습. ⓒ 뉴스1 박정호 기자
"HIA, 보존과 개발의 균형추"

허 청장은 태릉 골프장(태릉CC)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태릉CC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토교통부와 함께 HIA를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세운4지구가 지난해 10월쯤 국가유산청의 제안을 수용했다면 지금쯤 HIA가 끝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HIA를 무서워하고, 마치 또 하나의 법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HIA는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앞서 공문을 통해 SH에는 HIA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사업 계획을 보완·조정할 것을 명령했다. 또 서울시와 종로구청에는 HIA 절차가 완료된 이후 사업시행 인가 절차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허 청장은 이와 관련해 "이 명령 조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사업 인가 취소를 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