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 학계·협회 "고층 건물 배치는 종묘 가치와 존엄 훼손" 규탄 성명(종합)

12일 역사학 등 학회·협회 긴급 성명서 발표

이성주 한국고고학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상연재에서 열린 종묘 앞 고층 개발 시도를 규탄하는 학회·협의회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명서에는 무형유산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건축역사학회, 한국역사학회 등 24개 학회와 한국문화유산협회, 국가유산수리협회, 국가유산기능인협회 등 5개 협회가 참여했다. 2025.11.1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종묘의 하늘과 시야를 가리는 고층 개발 시도를 단호히 규탄한다."

서울시의 종묘 앞 고층 건물 재개발 계획을 두고 역사학·고고학·인류학 등 관련 학계와 문화유산 전문단체들은 12일 오후 "서울시는 층고를 상향하는 규제 완화를 즉각 철회하라"고 강도 높게 촉구했다.

27개 학회와 6개 협회로 이뤄진 이 단체들은 이날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이 서울시에 요구한 3가지 사항은 건물 층고를 상향하는 규제 완화 철회, 전문가 자문·평가 수용 요구, 고층 건물 인허가 중단 등이다.

이 단체들은 성명에서 "종묘는 조선시대 최상위 격식을 갖춘 제사 건축"이라며 "서울 도심 안에 자리하고 있는 종묘가 세계문화유산의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그동안 그 주변의 난개발을 자제하면서 경관과 함께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문화유산 주변의 고도 상향을 결정할 때 그것을 단순히 개발 이익과 관련된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종묘 주변의 고층 개발과 고도 상향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사업 내용의 사전 공개와 독립적인 전문가 평가에 근거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세운 4구역 재개발 지역의 고층 건물 허용이 다른 문화유산 주변의 고층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번 결정이 선례가 돼 5대 궁궐과 조선왕릉의 주변도 거대한 콘크리트 숲에 둘러싸일지 모른다"며 "우리는 과거로부터 전해진 문화유산을 온전히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전해 줄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축역사학회 소속 이연경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종묘의 경관이 지닌 의미에 대해 "세계유산은 단순히 유형적인 건축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주변의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삶까지 아우른다"며 "전체적인 경관은 물론, 수도 한양이 조성되며 형성된 역사적 맥락과 이야기도 함께 보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 단체들은 종묘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연대를 결성하고 공개토론, 현장검증, 제도개선 등 사회적 논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무형유산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건축역사학회, 한국역사학회 등 27개 학회와 한국문화유산협회, 국가유산수리협회 등 6개 협회가 참여했다. 이성주 한국고고학회장은 "11일 저녁까지는 총 29개 단체가 참여하기로 했는데, 네 군데가 더 합류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유산협회, 국가유산수리협회, 국가유산기능인협회 등 5개 협회장들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상연재에서 종묘 앞 고층 개발 시도를 규탄하는 학회·협의회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명서에는 무형유산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건축역사학회, 한국역사학회 등 24개 학회와 한국문화유산협회, 국가유산수리협회, 국가유산기능인협회 등 5개 협회가 참여했다. 2025.11.1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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