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메덩골정원에서 펼친 14년간의 산책길

[신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걸었다'

[신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걸었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걸었다'는 한국 산속에 14년에 걸쳐 조성한 인문학 정원을 무대로 니체의 사유를 다시 걷는다. 메덩골정원은 환생한 차라투스트라의 1인칭 시선을 앞세워 철학과 건축, 조경, 한국적 시간의 감각을 한 권에 묶었다.

이 책은 정원을 해설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차라투스트라를 화자로 세워 공간을 따라 이동하게 하면서 플라톤의 이데아, 어린 왕자, 조르바, 한국 전통의 비움 미학, '위대한 정오' 같은 개념과 장면을 한 흐름으로 엮는다.

무대가 되는 곳은 메덩골정원이다. 14년에 걸쳐 조성한 이 정원은 일곱 공간을 중심으로 서사를 펼치고, 책은 그 길을 따라 사유와 산책이 겹치는 구조를 만든다.

공간의 결도는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에서 드러난다. 칠레 건축가 부부 페소 본 에릭사우센, MIT 교수 안톤 가르시아 아브릴, 프랑스 조경가 기욤 고스 드 고르가 빚어낸 장소를 따라가며 철학적 질문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바꿔 놓는다.

책의 중간부는 니체와 인문학을 함께 걷는 방식으로 짜였다. '디오니소스, 춤추는 별들의 축제'부터 '미로, 길을 잃을수록 가까워지는 나', '영원, 되돌아오는 발걸음의 노래'까지 이어지는 구성은 개념 설명보다 장면과 동선을 앞세운다.

시선은 정원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책은 '선비의 나라', '고난의 시대', '한강의 기적', '번영의 시대' 같은 장을 통해 니체의 사유를 한국의 시간과 역사 위로 옮겨 놓는다.

후반부에서는 높은 곳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시점과 메덩골정원의 비전을 다룬다. '위버하우스', '페어(Pair)', '메덩골정원에 왜 니체가 소환되었나?', '비전, 위대한 무모함' 같은 장 제목은 이 정원을 조경 공간이 아니라 인문학적 질문의 장소로 세우려는 방향을 보여준다.

박찬국 서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가 감수를 맡아 니체의 말과 개념에 무게를 더했다. 저자로 이름을 올린 메덩골정원은 경기도 양평군에 자리한 약 6만 평 규모의 인문 정원으로, 자연과 철학, 예술이 함께 자라는 공간을 지향한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걸었다'/ 메덩골정원 지음/ 240쪽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