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부처'의 얼굴은 차갑고 단단한 돌이 아니었다"…아미타냐 미륵이냐
[신간] '장창곡 석조미륵삼존불'…신라 조각의 온기와 손갖춤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 한 권으로 발견 과정부터 '삼국유사' 설화까지 압축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장창곡 석조미륵삼존불'은 경주 남산에서 발견한 삼존불을 통해 신라 불상 조형과 미륵 신앙의 흔적을 짚는다. 저자 김혜원은 석실 구조와 본존·협시보살의 특징, '삼국유사' 속 삼화령 석미륵 논쟁까지 따라가며 이 불상이 남긴 질문을 좁혀 간다.
통통한 뺨과 둥근 턱, 다정한 미소를 지닌 본존은 차갑고 단단한 화강암이라는 재질을 잊게 한다. 책은 이 낯선 온기에서 출발해 가운데 본존과 양옆 협시보살이 어떤 형식으로 배치됐는지, 왜 오래전부터 '아기 부처'로 불렸는지를 먼저 풀어낸다.
1924년 10월 초 경주 남산 북쪽 기슭 장창곡 중턱에서 불상 하나가 발견된 장면은 이 책의 출발점이다. 어지럽게 놓인 돌무더기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불상과 당시 조선총독부 보고 문서를 따라가며, 책은 발견 순간의 기록과 뒤이은 수습 과정을 차례로 복원한다.
불상이 모셔져 있던 공간은 자연 석굴이 아니라 돌을 쌓아 석굴처럼 만든 석실이었다는 점도 책의 핵심 대목이다. 저자는 이 석실의 구조와 성격을 짚고, 보살상을 지게에 지고 산을 내려온 사람들 이야기와 장독대가 됐던 연화대좌의 행방까지 곁들여 유물의 이동 경로를 보여준다.
본존이 취한 '시무외인' 손갖춤은 이 불상을 읽는 또 다른 단서다. 책은 어린아이 같은 비례와 부드러운 얼굴, 소용돌이처럼 처리한 무릎 표현, 다소 어색한 옆모습을 같은 시기 중국과 신라 불상 사례와 견주며 조각상의 특징을 구체화한다.
가장 오래 이어진 질문은 이 삼존불의 주인공이 누구냐는 점이다. 발견 당시에는 뚜렷한 근거 없이 아미타여래로 보기도 했지만, 이후 석가와 약사 등 여러 견해가 나왔고 책은 의자에 앉은 독특한 자세와 신라의 미륵 신앙을 함께 놓고 미륵 해석의 근거를 좁혀 간다.
논의는 '삼국유사'에 적힌 삼화령 석미륵 설화로 이어진다. 현존하는 신라 불상 가운데 기록과 실물이 함께 남은 사례가 드문 만큼, 책은 장창곡 불상을 둘러싼 두 편의 설화와 화랑·미륵의 관계를 연결해 이 불상이 차지하는 자리를 설명한다.
이 책은 국립경주박물관의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관람객 투표로 고른 인기 문화유산 10가지를 다루는 기획 속에서 장창곡 삼존불을 떼어내, 박물관에서 오래 시선을 붙잡는 이유를 사진과 해설로 압축한다.
김혜원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동양 미술사와 중국 미술사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지아대 미술사 조교수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과장을 거친 저자의 설명은 이 불상이 누구를 형상화했는지에 그치지 않고, 1500년 전 불상 앞에 섰을 신라인들의 시선과 정성까지 함께 묻게 한다.
△ '장창곡 석조미륵삼존불'/ 김혜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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