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AI 반격 나선 구글…속도조절론에도 모델 경쟁 격화

8개월 공백 깨고 '아스트라'·'페이블' 등 최상위 AI와 어깨 견줘
AI 속도조절론에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모델 경쟁 가속화

구글이 지난 30일(현지시간) 8개월 만에 자사 프런티어(최상위급) AI 모델 '제미나이4 아르곤'을 발표했다. (구글 제공)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구글이 8개월 만에 프런티어(최상위급) AI 모델을 공개했다. AI 경쟁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던 상황에서 반격에 나선 셈이다. 특히 최근 AI 속도 조절론이 제기됐지만, 오픈AI, 앤트로픽에 이어 구글까지 신모델을 발표하면서 역설적으로 모델 경쟁에 재차 불이 붙는 모양새가 됐다.

구글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제미나이4 아르곤'을 발표했다. 지난 8월 대대적인 AI 리더십 개편 이후 처음 발표한 프런티어 AI 모델이다. 아르곤은 기존 제미나이 최상위 모델인 '프로'보다 규모가 큰 모델로, 구글은 '프런티어 인텔리전스의 새로운 시대를 연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오픈AI '아스트라'·앤트로픽 '페이블'과 어깨 나란히

코라이 카바쿨루 구글 딥마인드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구글 수석 AI아키텍트는 "복잡하고 장기적인 워크플로우 전반에서 깊이 있는 추론을 지속하도록 설계된 아르곤은 구글의 일하는 방식과 개발 문화 자체를 혁신하고 있다"며 "또한 실제 현장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법률 및 금융 등 엔터프라이즈 지식 기반 업무, 그리고 사이버 보안 방어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워크플로우 전반에서 프론티어급 성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현재 아르곤을 내부 업무 체계에 적용했으며, 전문 코딩, 심층 연구 조사, 글쓰기 작업 등에서 강점을 보였다고 밝혔다. 장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작업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딥SWE v1.1’에서는 77.9%의 벤치마크 점수를 기록하며 최고 수준(SOTA)을 달성했다.

글로벌 AI 모델 성능 종합 평가 플랫폼 'AAII'(Artificial Analysis Intelligence Index)에 따르면 아르곤은 53점을 기록하며 오픈AI의 최상위 모델 'GPT-6 아스트라'(53점),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5.1'(53점)과 동급의 성능을 나타냈다. 오픈AI의 최신 모델 'GPT-6.1 솔'(52점)보다는 다소 앞섰으며,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인 '클로드 오퍼스5.5'(58점)와 '클로드 소넷5.5'(56점)에는 약간 미치지 못했다.

구글은 "고도화된 프론티어 기술을 안전하게 공개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모델 접근 권한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미국 정부의 사전 출시 모델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도 밝혔다.

아르곤은 구글 '페어윈드 프로그램'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에게 우선 배포된다. 이후 유료 API 이용자 및 '구글 AI 울트라' 구독자를 시작으로, 개발자, 엔터프라이즈, 일반 이용자에게 순차적으로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글로벌 AI 모델 성능 종합 평가 플랫폼 'AAII'(Artificial Analysis Intelligence Index)에 따르면 '아르곤'은 오픈AI의 최상위 모델 'GPT-6 아스트라'(53점),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5.1'(53점)과 동급의 성능을 기록했다. (AAII 사이트 갈무리)
8개월 만에 공개한 프런티어 AI…단숨에 격차 좁혀

그동안 구글의 프런티어 AI 모델은 지난 2월 이후 업데이트가 없었다. 구글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출시가 연기되고 있다는 전언이 이어졌다. '미토스 쇼크' 이후 앤트로픽과 오픈AI의 AI 경쟁이 가속화되던 시기 구글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8월 대대적인 AI 리더십 개편까지 단행됐다. 구글 딥마인드를 이끌어온 데미스 허사비스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범용 AI(AGI) 등 장기적인 연구에 집중하고, 제미나이 개발 등 실질적 운영은 코라이 카부쿠오을루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맡았다. 같은 시기 제미나이 초기 기술 공동 리더 2명은 구글을 떠나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했다.

이후 구글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주력 AI 모델인 '제미나이 플래시'를 연이어 선보였지만, 지난 5월 연례 개발자 행사 '구글 I/O 2026'에서 출시가 예고됐던 제미나이3.5 프로 모델은 계속 미뤄졌다.

마침내 공개된 아르곤은 단숨에 경쟁사들과 격차를 좁혔다.

이는 최근 제기된 속도 조절론과 상반된 모습이다. AI 모델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하면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AI 속도 조절론을 제기했다.

또한 앤트로픽에 이어 구글에서도 AI 발전 속도에 우려를 표명하며 연구원이 사임한 사례가 나오면서 속도 조절론은 지속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AI의 위험성을 지속해서 경고하고 있다. 게이츠는 최근 "AI는 10억 명의 사망을 초래하는 사건을 촉발할 만큼 강력하다"며 미국 정부 차원에서 AI 안전장치와 감시 체계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속도 조절론이 제기된 후 앤트로픽은 프런티어 AI 모델을 뛰어넘는 차상위 모델 '오퍼스5.5'와 중위급 모델 '소넷5.5'를 연이어 공개했다. 오픈AI도 아스트라에 기반한 차상위 모델 'GPT-6 솔'과 경량 모델 'GPT-6 루나'를 출시했다. 여기에 구글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의 기술 경쟁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매체 악시오스는 "기업·국가 간 AI 패권 경쟁은 AI 안전을 위한 노력과 양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속도를 높이려는 유인은 안전을 위해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보다 더 큰 금전적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짚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