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책상에 칙 뿌리면 5분 내 '형광색'…감염 바이러스 선별

KIST, 바이러스 침투 과정 흉내 낸 '가짜 세포' 개발
검체 전처리 없이 형광 확인…임상 민감도 91.7%

감염성 바이러스와 막 융합한 비콘이 형광 신호를 내는 과정을 표현한 이미지.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표지 논문으로 소개됐다.(KIST 제공)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마스크나 책상에 검사 용액을 뿌리면 감염력이 있는 바이러스가 남아 있는지를 5분 안에 형광 신호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호준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전남대학교병원,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공동으로 감염성 바이러스를 골라내는 진단 기술 '퓨전(FUSION) 어세이'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지난달 17일 게재됐다.

현재 널리 쓰이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정확도가 높지만 바이러스가 감염력을 잃은 뒤 남은 유전물질 조각에도 양성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검사 결과만으로 바이러스가 실제 전파력을 지녔는지를 바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바이러스는 비눗방울 두 개가 맞닿아 하나로 합쳐지는 것처럼 자신의 막과 세포막을 합친 뒤 유전물질을 세포 안으로 보낸다. 이를 '막 융합'이라고 한다.

KIST 연구진이 개발한 '퓨전(FUSION) 플랫폼'의 활용 방식. 기존 PCR 검사와 달리 별도의 유전자 추출·증폭 과정 없이 검체와 용액을 섞어 감염성 바이러스를 확인할 수 있으며, 표면에 용액을 뿌려 바이러스 오염 구역을 형광으로 표시할 수도 있다.(KIST 제공)

연구팀은 이 과정을 흉내 낸 가짜 세포 '비콘(VEACON)'을 만들었다. 감염력이 있는 바이러스가 비콘 표면과 결합해 막을 합치면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비콘 내부로 들어간다.

비콘 안에 들어 있던 유전자 가위 '카스13에이(Cas13a)'는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감지하면 주변의 형광 표지 물질을 자른다. 이 과정에서 형광 신호가 켜지면서 바이러스가 있는 곳이 초록빛으로 나타난다.

PCR이 바이러스가 남긴 유전물질의 흔적을 찾는다면, 이번 기술은 바이러스가 실제 세포 안으로 들어갈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퓨전(FUSION) 플랫폼'의 작동 원리. 감염성 바이러스가 가짜 세포인 '비콘(VEACON)'과 막 융합을 일으키면 바이러스 RNA가 비콘 내부로 들어가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이를 감지해 형광 신호를 만든다.(KIST 제공)

검사 과정도 단순하다. 기존 유전자 검사는 검체에서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꺼내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시료 전처리'가 필요하다. 이번 기술은 별도의 유전자 추출이나 증폭 과정 없이 검체와 검사 용액을 섞는 것만으로 반응이 시작된다.

연구실에서는 5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과 연결한 휴대용 형광 판독기를 사용하면 약 2분 만에 신호를 분석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의료 현장에서 코 안쪽 깊숙이 면봉을 넣어 채취한 검체 100개를 분석한 결과, 임상 민감도가 91.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와 A형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각 검사체계가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에 잘못 반응하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

검사 용액을 마스크와 나무, 스테인리스, 플라스틱 표면에 적용한 실험에서도 바이러스가 있는 표면과 없는 표면을 구분했다. 학교나 병원, 요양시설의 책상과 손잡이 등에 용액을 뿌려 오염 지점을 찾고 소독하는 환경 방역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어린이나 노약자가 착용한 마스크를 검사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코 안쪽에 면봉을 넣는 비인두 검체 채취의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실제 진단법으로 활용하려면 추가적인 임상 검증과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비콘을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제형을 개선하고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신종·변종 호흡기 바이러스까지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도록 검출 범위를 넓히는 후속 연구도 필요하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