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종이컵 살살 쥐는 로봇손…나노기술, AI 산업 손끝으로

나노코리아 2026 개막…초미세 기술 산업화 전시
AI 반도체·로봇 감각·전기차 충전 기술 한자리에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26' 나노융합 연구개발(R&D) 성과홍보관에 나노구조 기반 촉각센서를 탑재한 로봇 손이 전시돼 있다. 2026.07.08/ ⓒ 뉴스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이상혁 수습기자 = 스테인리스 철과 플라스틱 등의 소재로 만들어진 로봇 손. 당연히 물건을 세게 혹은 약하게 쥐거나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을리가 없다. 감각은 인간 등 생명체에 허락된 영역이다.

그런데 마치 감각이 있는 것처럼 부드럽고 구겨지기 쉬운 종이컵을 '살짝' 집어든 로봇팔이 눈 앞에서 움직였다.

로봇이 인공지능(AI) 및 나노기술로 연산과 추론을 통해 '판단'해 스스로 종이컵을 쥘 수 있을 정도의 강도로 움직이고 행동한 것이다.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26' 행사장에선 AI와 나노기술의 집약체로 나타난 로봇(피지컬 AI)들이 저마다 '능력'을 뽐냈다.

정해진 코딩대로 춤을 추고 쿵푸를 하는 전시형 로봇이 아닌, 실제로 물건을 쥐거나 옮기는 등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감각의 영역'에 도전하는 기술들이 전시됐다.

나노는 10억분의 1을 뜻한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다. 머리카락 굵기가 대략 10만 나노미터 안팎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다.

하지만 나노기술의 핵심은 단순히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물질을 원자와 분자 수준에서 설계해 기존에는 없던 성질을 끌어내는 기술에 가깝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판단하는 기술이라면, 나노기술은 그 AI가 돌아가는 반도체와 센서, 전력·냉각 장치의 성능을 밑에서 떠받치는 기술이다.

이날 전시장에 놓인 로봇손과 AI 반도체, 전기차 충전 부품,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은 모두 이 작은 세계의 설계가 산업 현장으로 옮겨온 사례였다.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26'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반도체기술연구단이 인간 소뇌를 모사한 뉴모로픽 칩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2026.7.8/뉴스1 ⓒ 뉴스1 이상혁 수습기자
나노, 소재에서 산업으로

전시장으로 들어서자 AI 반도체, 로봇 촉각센서, 전기차 충전, 데이터센터 냉각, 반도체 후공정 장비 등 나노 기술이 폭넓게 적용된 장비가 전시장 곳곳에 놓였다.

피지컬 AI로 확장될 수 있는 뉴모로픽 반도체 연구도 눈에 띄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반도체기술연구단 연구팀은 인간 소뇌 구조를 모사한 뉴모로픽 칩을 개발했다. 뉴모로픽 칩은 사람의 뇌 구조와 작동 방식을 본뜬 반도체다.

KIST 관계자는 "소뇌는 자전거 타기처럼 반복 경험을 통해 운동을 학습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이를 모사한 칩을 자율주행에 접목하면 사용자별 운전 스타일을 반영한 자율주행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전뿐 아니라 사람이 학습시키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피지컬 AI 분야로도 확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전시관은 AI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AI 데이터센터와 온디바이스 AI, 피지컬 AI 구역에서 메모리와 이미지센서, 스토리지 기술을 소개했다. 윤석호 삼성전자 마스터는 "AI는 데이터센터를 넘어 개인 디바이스에서 실행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자동차·로봇이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피지컬 AI 흐름을 설명했다.

LG전자 전시관에서는 AI 기반 소재 분석과 전기차 충전,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이 소개됐다. 성대용 LG전자 생산기술원 선행요소기술연구소장은 미세 이물을 AI가 95% 정확도로 추정하고, 사람이 10시간가량 수행하던 마이크로LED 조립 불량 분석도 수초 만에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에서 시작된 기술은 이날 전시장에서 AI 반도체와 로봇, 전기차, 데이터센터를 움직이는 산업 기반 기술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