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 코드' 도입, 대통령에 이어 데이터처장도 신중론

데이터처장 "사회적 합의 있을 때까지 게임 질병 코드 보류"
"게임은 중독 아냐" 이재명 대통령 발언과 궤 같이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국가데이터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국가데이터처장이 게임 이용 장애를 뺀 채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 적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에 이어 주무 부처 수장까지 게임을 향한 병리적 시각에 거리를 두며 업계 우려가 해소되는 분위기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에게 게임 이용 장애의 ICD-11 포함 여부를 물었다.

국가데이터처는 WHO의 국제질병분류를 근거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체계(KCD)를 제정하고 관리한다. 따라서 최신 개정판인 ICD-11을 국내에 반영하기 위해 KCD 개정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조 의원은 "ICD-11의 게임 질병 코드 등재와 관련해 운영 중인 민관협의체가 당장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면, 국가데이터처가 (게임 질병 코드를 제외하고) 나머지 ICD-11 등재 여부를 선제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안 처장은 "게임 이용 장애 코드 문제로 전체적으로 실행은 안 하고 있었고 전체적 준비는 갖춰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조 의원이 "전체 준비는 진행하고 게임 이용 장애 등재는 추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다시 논의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자 안 처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에서 열린 K-게임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데이터처장의 이 같은 입장은 '게임은 중독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이재명 대통령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이달 15일 서울 성동구 '펍지(PUBG) 성수'에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 주요 게임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재밌다 보면 몰입도가 높고, 몰입도가 없으면 게임이 아니다"라며 "너무 재밌으니까 과몰입되는 문제는 있는데, 부작용은 부작용대로 대처하고 해결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수년째 이어진 '게임 이용 장애' 논란에 정부가 사실상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WHO는 2019년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보고 ICD-11에 반영했다. 정부는 이를 KCD에 포함할지 여부를 논의해 왔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대통령과 국가데이터처가 이러한 입장을 밝혔는데, 보건복지부가 (반대로) 반응하면 게임업계의 질타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강한 새로운 입장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는 KCD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보건 의료 정책과 건강보험 적용 등을 집행하는 주무 부처다.

minj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