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역사속으로'…토종기술 '와이브로'가 남긴 것

KT 9월30일자 종료한데 이어 SKT 12월31일자로 종료
4G LTE보다 5년 빨랐지만…LTE에 밀려 결국 사업접어

지난 2017년 KT가 신규 와이브로 요금제를 출시하고 모델이 홍보하는 모습. (사진=KT)ⓒ News1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토종 무선통신 기술인 '와이브로'(WiBro)가 KT에 이어 SK텔레콤까지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면서 오는 12월31일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KT는 지난 9월30일자로 이미 와이브로 서비스를 접었고, SK텔레콤은 12월말까지만 서비스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와이브로는 지난 2006년 6월 서비스된 지 13년만에 접는다.

이동형 인터넷서비스 '와이브로'는 지난 2006년 6월30일부터 KT와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지만 음영지역과 음성통화의 한계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 더구나 와이브로가 서비스된 지 6년 후인 2011년 7월 4세대(4G)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이 상용화되면서 와이브로는 시장을 확장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세계재패 노렸지만 결국 LTE에 밀려

토종 무선통신 '와이브로'는 이동통신과 와이파이 중간에 위치한 무선통신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10Mbps이고, 최대 전송거리는 1㎞다. 시속 120㎞ 속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음영지역이 너무 많아 이동통신에 비해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고 있는 KT와 SK텔레콤이 와이브로 서비스까지 병행하는 것도 문제였다. 와이브로 음영지역을 해소하려면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지만 인구밀집이 낮은 지역까지 와이브로용 유선망을 설치하는 것은 투자대비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시설투자에 소홀한 면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가입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

여기에 국제전기통신연합(ITU)가 2008년 4세대 이동통신 규격을 저속 이동시 1Gbps 고속 이동시 100Mbps로 규정하면서 와이브로는 더 설자리가 없어졌다. 전세계 각국은 이 규격에 맞는 LTE 도입에 나섰고,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이에 뒤질 수 없어 서둘러 LTE 서비스에 나섰다.

2012년 가입자가 100만명까지 늘어나던 와이브로는 2011년 7월 LTE가 상용화되면서 주춤하기 시작했다. LTE가 상용화되면서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을 분산시키기 위한 대체망으로 와이브로가 거론되긴 했지만, 2013년 LTE어드밴스드(LTE-A) 기술이 나오면서 대체망 논의마저도 쑥 들어갔다.

LTE에 밀린 와이브로는 2012년 가입자를 105만명으로 늘린 것을 정점으로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가입자가 줄어들었다. 급기야 올해 KT는 가입자가 5만명까지 줄었고, SK텔레콤은 1만7000명까지 감소했다. 이에 따라 KT는 지난 9월30일자로 사업을 접었고, SK텔레콤은 오는 12월31일자로 접는다.

KT는 남은 와이브로 가입자가 문제없이 데이터통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추가 요금부담 없이 LTE전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SK텔레콤 역시 와이브로 가입자들이 추가 요금부담 없이 LTE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전환요금제'를 신설했다.

◇와이브로는 5G기술과 장비개발 '밑거름'

'와이브로'는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지 13년만에 영원히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지만 기술적으로 남긴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는 평가다.

우선 세계표준으로 받아들인 첫번째 우리 무선통신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전세계 3세대(3G) 이동통신 기술이 확산되던 2000년대 중반, 와이브로는 4G기술인 직교주파수 분할다중접속(OFDMA)과 시분할 송수신(TDD)을 적용해 국제이동통신표준화 기구인 3GPP로부터 공식적으로 4G 기술로 인정받았다.

와이브로에 사용했던 무선기술은 현재 5G 기술 근간으로 사용되고 있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의 5G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는데도 기술적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장비제조 기술에서도 와이브로가 미치는 영향이 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관계자는 "와이브로 공동개발에 참여했던 삼성전자는 물론 국내 중소 장비업체들도 와이브로 장비를 개발했던 기술력을 기반으로 5G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와이브로가 통신장비 국산화에 상당부분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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