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인터넷은행 또 좌절…20년째 은행문턱 못넘어
은행과 카드 등 금융업 진출 수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
- 박희진 기자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SK그룹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했지만 또 고배를 마셨다. 20년 넘게 은행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SK그룹의 통신계열사 SK텔레콤은 인터파크가 주도하는 '아이뱅크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이뱅크은행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내1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사업자에서 탈락했다. 카카오가 주도하는 한국카카오은행과 KT가 주도하는 케이뱅크은행이 예비사업자가 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부가 금융서비스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핀테크' 트렌드에 맞춰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온라인으로 계좌를 열고 대출받고 투자할 수 있는 사이버뱅크다. 금융당국은 혁신과 경쟁촉진을 위해 기존 금융사보다 ICT 업체들의 인터넷은행 진입을 독려하기도 했다.
SK도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아이뱅크 컨소시엄에 합류했지만 아이뱅크가 떨어지면서 SK의 숙원사업도 좌절되고 말았다. 사실 SK그룹이 금융사업 진출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SK그룹의 2세 경영자로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선 최태원 회장은 '젊은 2세 오너'답게 일찌감치 통신과 금융부문의 융합서비스를 통한 소매금융 진출을 꾸준히 시도했다.
95년에는 정부와 신용카드사 설립을 위해 논의했지만 허가가 나지 않았다. 2001년 SK텔레콤, 코오롱, 안철수연구소(현재 안랩) 등과 함께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브이뱅크' 설립도 추진했다. 그러나 은산분리 규제 등에 가로막혀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국민은행과 손잡고 휴대폰을 통해 금융서비스 가능한 엠뱅크(M-bank)도 시도했지만 유야무야됐다.
2002년 7월 전북은행과 신용카드 인수에 관한 양해각서까지 맺고 신용카드사업 진출을 추진해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 역시 금융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설상가상으로 SK그룹 사태까지 터졌다. 최 회장이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되면서 주가가 폭락한 시점을 이용해 외국 자산운용사 소버린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한 주식매집에 나선 것. 안팎의 악재로 신용카드사업 진출도 '올스톱'됐다.
또 SK텔레콤은 신용카드의 모든 정보를 이동전화 단말기 칩 속에 넣어 단말기가 신용카드를 대신하는 '모바일 신용카드'인 모네타 서비스를 2002년 야심차게 선보였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삼성페이', '애플페이'와 유사한 서비스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해 소리소문없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2010년에는 SK텔레콤이 하나카드 2대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마저도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작업으로 SK텔레콤 지분은 줄었다. 이후 최 회장이 2013년 1월 31일 회삿돈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돼 2년6개월째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금융사업 진출은 내부에서 '금기시'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들어 정부가 인터넷은행 출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SK텔레콤은 또 다시 금융사업 진출을 저울질했다.
문제는 산업자본의 금융진출을 제한하고 있는 은행법상 운신의 폭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지분 4%와 의결권 없는 지분 6% 등 최대 10%까지만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은행 지분을 4%에서 50%로 확대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해 있어 법개정이 이뤄져도 여전히 지분율이 제한된다.
SK텔레콤이 절대 지분을 갖고 사업을 주도하는게 불가능한 구조다. 이때문에 내부에서도 인터넷은행 진출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사업성이 없다는 의견과 정부가 육성에 나선 신규 비즈니스에 동참해 기회를 엿봐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결국 SK텔레콤은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대신,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가세하는 방식으로 인터넷은행에 진출하는 방안을 택했다. 직접 컨소시엄 구성에 나선 KT에 비하면 소극적인 행보였다. 결국 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는 것도 실패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행법상 지분을 갖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향후 인터파크 컨소시엄 형태를 계속 유지할지, 추가사업자 선정에 나설지 등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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