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오천피 시대, 별볼일 없는 통신株

강은성 ICT과학부장

(서울=뉴스1) 강은성 ICT과학부장 = 조정도 없이, 숨돌릴 틈도 없이 ‘오천피(코스피 5000포인트)’ 시대가 단숨에 도래했다. 코스피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과 수익률을 기록하며 경이로운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코스피가 7500포인트까지 갈 수도 있다는 놀라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로봇 등이 강세장을 이끌었다. 방산, 조선에 바이오까지도 지수 견인에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이 상승장의 한복판에서 유독 지지부진한 업종이 있다. 바로 국내 통신 3사(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로 구성된 '통신주'다. 통신 3사의 주가는 코스피의 상승률과 견줬을때 사실상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수는 오르는데, 통신주는 오르지 않는다. 이 괴리는 단순한 업황 문제라기보다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증권가의 평가는 비교적 일관된다. “통신주는 안정적이지만 성장성이 부족하다.” 통신사 매출의 대부분은 이동통신 가입자 기반에서 발생하고, 요금 인상은 규제와 여론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5G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추가적인 가입자 증가 여력은 제한적이다. 이는 10년 전에도, 30년 전에도 반복되던 구조다.

문제는 이 구조에 너무 오래 안주해왔다는 점이다. 통신사 수익은 여전히 ‘가입자 수×ARPU(가입자당 평균매출)’라는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은 있지만, 시장이 기대할 만한 서사가 없다. 증권가가 통신주의 목표주가 상향에 인색한 이유다.

AI 시대는 이러한 한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AI를 중심으로 플랫폼·클라우드·데이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 통신사들의 AI 전략은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활'을 걸었다며 각종 서비스와 기술을 연이어 내놨지만, 기업가치가 리레이팅(재평가)될 만큼의 스케일이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망 투자는 천문학적으로 하는데, 공공재라는 성격 탓에 투자에 걸맞는 '수익창출'은 되지 않고 있다. 규제는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장은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자본시장은 냉정하게 성장 기대가 있는 곳에 프리미엄을 준다. 통신 3사가 받고 있는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시장의 감정이 아니라 평가다.

냉철하게 들여다보면 통신산업은 ‘위기 산업’이 아니다. 오히려 현금은 풍부하고, 가입자 기반은 견고하다. 당장의 생존이 위협받지 않으니, 혁신은 늘 다음 과제로 미뤄진다. 결국 혁신에 절박하지 않다는 의미다.

설상가상 '신뢰의 문제'도 불거졌다. 통신에서 고객 데이터와 네트워크 안정성은 핵심 가치다. 그럼에도 지난해 잇따라 발생한 해킹사태와 미흡한 사후 대응은 '통신사를 믿어도 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했다. 혁신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신뢰마저 흔들리는 산업에 자본시장이 후한 점수를 줄 리 없다.

증권가에서 통신주에 대해 '지수 대비 언더퍼폼(시장 수익률 하회)은 구조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규제 탓, 투자 부담 탓은 오래된 변명이다.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AI 시대의 자본시장은 다르게 움직인다. 현금을 잘 버는 기업이 아니라, 미래를 설득할 수 있는 기업에 프리미엄을 준다. 결국 시장은 이들을 더 이상 ‘미래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통신 3사가 다시 평가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요금 인상도, 일회성 신사업 발표도 아니다. 가입자 기반 수익을 넘어서는 명확한 성장 모델, 그리고 AI 시대에 통신사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전략이다.

규제도 혁신의 대열에서 빠질 수 없다. 통신사에는 규제 탓을 하지 말라 했지만, 당국의 규제는 혁신과 성장을 가로막는 장치로 작용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는 또 어떤 정치적인 수사로 통신사의 팔을 뒤틀지 가히 짐작되는 대목이다.

통신사의 뼈를 깍는 혁신에 발맞춰 규제 혁신까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오천피 시대에 통신주의 자리는 ‘별'처럼 빛날 수 있다.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