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히트펌프' 유럽은 기회의 땅…경동나비엔, HVAC 변신 가속
유럽 냉방 보급률 20% 안팎…폭염·에너지 안보에 냉난방 전기화 수요↑
작년 유럽 21개국 판매량 290만대…보조금·인증·설치망 등 관건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1991년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로 친숙한 국내 대표 보일러 업체 경동나비엔(009450)이 유럽 히트펌프 시장의 회복세를 발판으로 냉난방공조(HVAC) 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변화로 폭염 등 극한기후가 잦아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지면서다.
경동나비엔은 난방기기 사업을 넘어 냉방·난방·온수·환기를 아우르는 전기화 설비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은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시장으로 꼽혔다. 과거 비교적 온화했던 기후와 노후 주택 비중, 공동주택·역사보존 건물의 실외기 설치 제약, 높은 전기요금과 냉방 수요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최근 유럽 가정의 냉방 보급률은 약 20%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국·미국·일본의 약 90% 이상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기후변화로 유럽에서도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커지면서 냉방 설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유럽 주요 도시의 노후 공동주택은 실외기 설치와 배관·배선 공사에 제약이 많다. 건물별로 전기설비 보강까지 필요할 경우 냉방 설비 도입 비용이 커질 수 있다.
이에 유럽에서는 냉방·난방·온수 기능을 아우르는 히트펌프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기·지열 등 주변 열원을 활용하고 재생에너지 전력과 결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냉매의 압축·응축·팽창·증발 사이클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에어컨과 유사하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압축·응축·팽창·증발 사이클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에어컨과 유사하다. 여기에 운전 방향을 전환하면 외부 공기나 지열의 열을 실내로 옮길 수 있다. 일부 기종은 온수도 공급할 수 있다.
히트펌프는 운전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전력 1단위로 3~5단위의 열을 공급할 수 있는 고효율 설비로 평가된다. 화석연료를 직접 연소하지 않는 데다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재생에너지 설비와 연계할 수 있어 탄소 감축과 에너지 비용 절감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올해 6월 히트펌프(국내명 공기열보일러)를 국내에 선보였다. 7월 평택공장에서 공기열 보일러 양산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 채비를 갖췄다.
경동나비엔은 영국 리버풀과 글래스고 등에서 공기열 히트펌프 보일러 설치를 확대하며 현지 유통·서비스 기업과 협업해 왔다.
히트펌프의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제품 효율뿐 아니라 기존 난방 배관과의 호환성, 고온수 성능, 소음, 설치 품질과 사후관리 체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에서는 노후 주택과 비주거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높이려는 개보수 정책이 강화되면서 난방 전기화 설비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물 에너지 효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히트펌프는 태양광, 건물 자동화·제어시스템과 결합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핵심 전기화 설비로 떠오르고 있다.
건물 에너지 효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히트펌프는 태양광, ESS, 건물 에너지관리시스템과 결합하는 핵심 설비로 자리 잡고 있다. EU의 개정 F-가스 규제가 고지구온난화지수(GWP) 냉매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면서 저지구온난화지수 냉매 기반 히트펌프·공조 설비 전환도 빨라질 전망이다.
유럽 시장은 2023년~2024년 침체를 지나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히트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2025년 유럽 21개국의 가정용 히트펌프 판매량은 약 290만대로 전년보다 13% 증가했다. 누적 보급량은 2930만대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히트펌프는 제품 판매 이후 설치 설계와 시공, 정기 점검, 부품 교체, 에너지 요금 컨설팅까지 연결되는 사업"이라며 "현지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치 품질과 사후관리 역량까지 갖춰야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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