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기업 육성 20년, 17만개 경제 주체로·…다음 20년 과제는 '성장·AX'

매출 70조·종사자 58만명 규모 성장…수익성·디지털 격차 과제
지역센터 16곳에 정규직 16명…공공·독립성 갖춘 진흥원 설립 필요

박마루 한국장애인기업지원센터 이사장이 장애인 기업가 역량강화센터 개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제공)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년 전만 해도 해도 장애인의 창업과 기업활동을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개념은 낯설었다. 2005년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이 제정되고 2007년 장애인기업 확인요령이 시행되면서 창업·판로·경영 지원의 제도적 틀이 마련됐다. 제도 시행 20년을 맞은 현재 장애인기업은 17만개를 넘는 경제 주체로 성장했다.

평균 업력 18년…기업 수·종사자 수 최근 3년간 증가 선순환

20일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장애인기업은 17만 5176개, 매출액은 70조 1830억 원, 종사자는 58만 6595명이다. 기업체 수와 종사자 수는 최근 3년간 증가 흐름을 유지했다.

기업의 지속성도 눈에 띈다. 장애인기업의 평균 존속기간은 18년으로 전체 중소기업 평균인 14.3년보다 3.7년 길었다. 창업 건수가 늘어난 데 그치지 않고 상당수 기업이 시장에서 장기간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장애인기업이 만든 장애인 일자리는 약 18만개다. 장애인 취업자의 31.3%가 단순노무직, 64.5%가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노동시장 현실과 비교하면 장애인기업은 장애인이 단순히 고용되는 대상에 그치지 않고, 경영과 고용을 주도하는 경제 주체로 설 수 있는 통로를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운영을 통해 사업주가 되고, 다시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장애인기업 주요 경영지표·기업규모별 현황(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창업지원 사업수혜 기업 현황조사(장애인기업종합센터 제공)
지역센터 16곳에 정규직 16명…성장형 기업 안착 과제

다만 외형 성장이 곧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최근 수년간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않았고, 중소기업 형태의 장애인기업은 줄어드는 반면 소상공인 비중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창업 진입은 늘었지만 기업 규모를 키우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성장형 기업으로 안착하기까지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대표자와 지역 분포의 편중도 과제로 꼽힌다. 장애인기업 대표자 가운데 남성은 78.5%, 60세 이상은 63.6%, 지체장애인은 69.8%, 경증장애인은 81.3%를 차지한다. 여성과 청년, 중증장애인의 창업 참여를 확대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지원 기반을 지역으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장애인기업 규모별 현황(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제공)

비수도권 창업 기반은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 전국에는 장애인기업 지원을 위한 16개 지역센터와 7개 특화사업장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정규직 기준 지역센터 근무 인력은 총 16명으로 센터당 1명꼴이다. 창업 상담과 입주기업 관리, 지원사업 안내, 지역 기업 발굴, 판로 연계까지 맡기에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센터가 단순한 행정 접점이 아니라 지역 장애인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성장 거점으로 역할을 하려면 현장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제20회 전국장애경제인대회 ⓒ 뉴스1 이민주 기자
디지털 미활용 80.6%·AI 미활용 98.9%…격차 해소 시급

디지털 전환의 격차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2024년 장애인기업 실태조사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은 80.6%였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기업은 98.9%에 달했다.

산업 전반이 온라인과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기술 격차는 생산성 저하를 넘어 판로와 경영 지속성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박마루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이사장은 "장애인기업 정책은 보호의 확대가 아니라 성장과 자립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여성·청년·중증장애인과 비수도권 기업의 창업 기반을 넓히고, 예산과 전담인력을 확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기업 디지털·인공지능(AI) 기술 활용 현황 및 디지털 전환 촉진 지원(2024년 기준 장애인기업 실태조사 발췌)
허성무 의원 발의법안 국회 문턱 1년째…안정적 거버넌스 필요

장기종은 올해 한경국립대 평택캠퍼스에 장애인 기업가 역량강화센터 1호점을 열고 전국 5개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예비창업자 교육부터 최고경영자 과정, AI 창업교육, 업무지원인 양성까지 단계별 교육체계를 구축해 장애인기업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근로자가 없는 1인 중증장애인기업을 위한 업무지원인 제도도 2023년 법제화, 2025년 예산 지원 근거 마련을 거쳐 올해 정규 예산이 편성되며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정책 전환의 연장선에서는 공공성과 독립성을 갖춘 한국장애인기업진흥원 설립 필요성도 제기된다.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현재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의 거버넌스 구조를 개선해 정책 추진의 공공·독립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현재는 한국장애경제인협회가 기관을 설치하고 협회장이 기관장을 임명하는 구조인데, 민간단체가 공공기관장의 임명권을 갖는 사례는 240개 기타공공기관 중에서 유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한국장애인기업진흥원을 설립하도록 하는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 개정안(허성무 의원 대표발의)이 2025년 1월에 발의됐지만,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박마루 이사장은 "지난 20년이 장애인기업의 창업 기반을 넓힌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기업이 시장에서 성장하고 지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시간이 돼야 한다"며 "예산과 인력, 지역 현장, 디지털 전환, 정책 거버넌스를 촘촘히 연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