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강남만 웃었다"…'10배 증가' 방한객 지출, 1% 매장에 67% 집중

해외카드 결제 3년 반 사이 9.6배…상위 10% 매장 비중 90%
관광·미용 상권에 몰려…"골목상권·전통시장 유인 정책 필요"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21.3% 늘어난 1071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사진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찾은 외국인관광객들 모습. 2026.7.28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면서 국내 매장에서 이뤄진 외국인 카드 결제도 3년 반 만에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결제 비중은 명동과 강남 등 일부 관광·미용 상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으로의 유인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신용데이터(KCD) 소상공인 데이터랩이 발표한 '해외카드 매출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매장에서 해외 발급 카드로 결제된 금액은 2023년 1월 이후 올해 6월까지 약 9.6배 증가했다.

전체 카드매출에서 해외카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2%에서 1.2%로 6배 늘었다. 방한객이 늘면서 외국인 소비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결제액은 일부 상권이나 매장에 집중됐다. 최근 1년간 해외카드 결제가 발생한 전국 32만 8000개 매장을 분석한 결과 상위 1% 매장이 전체 외국인 카드 결제액의 66.9%를 차지했다.

상위 10% 매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결제액의 90% 수준이다. 즉 하위 90% 매장에서의 결제액 비중이 10%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소비가 늘고 있지만 대다수 소상공인은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뚜렷했다. 외국인 카드 결제의 65%는 서울에서 발생했다. 경기(11.3%), 부산(8.2%), 제주(4.5%) 등이 뒤를 이었으며 증가율은 부산(60.0%)과 제주(53.1%)가 가장 높았다.

서울 상권 유형별 해외카드 매출 비중. ( 한국신용데이터(KCD) 소상공인 데이터 랩 제공)

서울 안에서도 소비는 특정 상권에 몰렸다. 관광특구의 해외카드 매출 비중은 14.6%로 가장 높았고 발달상권은 5.3%였다. 반면 전통시장은 2.1%, 골목상권은 1.3%에 그쳤다. 대표 관광지인 명동·남대문은 관광 소비가, 신논현·강남역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을 중심으로 한 미용·의료 소비가 외국인 결제를 이끌었다.

업종별로도 서비스업 쏠림이 두드러졌다. 서비스업에서는 피부과(40%)와 성형외과(14%)가 해외카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미용업과 약국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외식업은 백반과 한정식(18%), 고기 전문점(17%), 카페 등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산됐다.

외국인의 지출은 내국인보다 컸다. 서비스업 객단가는 16만 6000원으로 내국인(4만7000원)의 약 3.5배였으며 의료 분야에서는 8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먹거리를 구매하고 있다. 2026.5.18 ⓒ 뉴스1 조연우 인턴기자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소비가 일부 지역과 업종에 집중되는 현상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외국인 소비를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 관광특구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연계한 관광 콘텐츠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지역 축제와 전통시장을 관광 코스로 연계하고, 다국어 안내와 간편결제 환경을 갖추는 한편 외국인 대상 홍보도 강화해 관광객의 발길을 지역 상권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K-푸드와 지역만의 특색 있는 먹거리, 체험 콘텐츠를 함께 육성하고 중기부와 문체부 등이 협력해 관광 상품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처럼 외국인이 소상공인 매장에서 손쉽게 택스프리(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전통시장이나 협동조합 단위의 면세 판매가 가능해지면 외국인의 지역 상권 방문이 늘고 소비도 보다 폭넓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국내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사후면세(택스 리펀드)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전통시장과 영세 소상공인의 활용도는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류 전문위원은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가 지역 상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외국인들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도 자연스럽게 쇼핑하고 면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관광 소비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를 앞둔 9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이 명절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6.2.9 ⓒ 뉴스1 윤일지 기자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