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보다 원가가 더 무섭다…中企 64% "원자잿값 상승 부담 커"

메인비즈협회 조사…10곳 중 6곳 "국제정세로 경영 부담"

기름값 동결에도 나프타 가격 상승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8일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한 비닐·플라스틱 상가에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나프타는 비닐과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의 주요 원료로 사용된다. 2026.5.18 ⓒ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국제 정세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경영 부담은 공급망 차질보다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등 비용 상승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가 발표한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중소기업 경영환경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제 정세 변화로 경영 부담이 크다고 응답한 기업은 56.3%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 메인비즈기업 323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 기업들이 평가한 경영 부담 수준은 100점 만점에 평균 62.2점이었다. 반면 국제 정세 변화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고 답한 기업은 8.4%에 그쳤고, 감소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56.0%로 나타나 대외 불확실성이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제조업과 수출기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컸다. 제조업은 67.1%, 수출기업은 67.4%가 국제 정세로 인한 경영 부담을 크게 느낀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전기·전자, 식품·섬유 업종의 부담이 두드러졌다.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기업들이 공급망 차질보다 원가 상승을 더 큰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정세 변화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요인으로는 '원자재 및 상품 구매가격 상승'(64.1%)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에너지 비용 증가, 환율 변동, 물류비 상승 순으로 조사됐다. 공급망 자체보다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가 경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비용 부담도 상당했다. 원자재와 상품 구매비, 에너지 비용 등 운영비용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42.8%였으며, 이 가운데 운영비용이 매출의 70% 이상이라는 기업도 21.4%에 달했다.

다만 기업들의 대응은 단기 처방에 머물렀다. 국제 정세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는 '상황 모니터링'과 '비용 절감'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고 답한 기업은 5.3%에 불과했다. 공급망 대응 역시 '별도 대응 없음'이 28.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들은 정부에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원자재·상품 수급 안정 및 가격 부담 완화'(39.6%)를 꼽았다. 이어 금융지원(24.8%), 물류비·운송 지원(11.5%) 순이었다.

반면 정부 대응이 적절하다고 평가한 기업은 37.5%에 그쳤다. 정부 정책에 대한 체감도 역시 100점 만점 기준 평균 52.1점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메인비즈협회는 국제 정세 변화가 일시적인 외부 충격을 넘어 중소기업의 비용 구조와 수익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협회는 "단기적인 금융지원에 그치기보다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정책과 함께 위기관리 매뉴얼 보급, 거래선·조달처 다변화 컨설팅 등 기업의 위기 대응 역량을 높이는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제조업과 수출기업, 영세기업 등 기업 특성에 맞춘 맞춤형 지원과 기존 지원사업의 접근성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