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야간 사파리·불꽃쇼…에버랜드의 밤, 열대야를 잊었다[르포]

올 여름 야간권 이용객 70% 급증…'밤 테마파크'로 대변신
카니발 광장선 디제잉 파티…광복절 연휴 밤 11시까지 만끽

여름밤 맹수 탐험 '썸머 나이트 사파리'(에버랜드 제공)

(용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지난 6일 오후 경기 용인. 한낮 기온이 39도를 넘어섰다.

숨이 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에버랜드를 찾은 사람들은 해가 기울기를 기다렸다. 한낮이 아닌 밤을 노리고 온 야간 나들이객들이었다. 반딧불이의 찬란한 빛, 맹수들의 야간 생태, 멀티미디어 불꽃쇼까지. 올여름 극한의 폭염이 테마파크의 공식을 바꾸고 있다.

평소 같으면 이 시간 에버랜드는 긴 대기 줄이 일상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지난해 판다월드와 사파리월드 인기에 사람이 몰리면서 인기 시설은 2, 3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흔했지만, 기록적인 폭염 탓에 낮 시간대 동선은 한결 여유로웠다. 대신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광장과 사파리 주변에는 야간 콘텐츠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 '판다 세컨드하우스(Panda 2nd House)'에서 사전 초청 관람객들이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 후이바오를 보고 있다. 2025.10.2 ⓒ 뉴스1 김영운 기자

실제 방문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장마가 끝난 뒤 최근 열흘 기준 오후·야간권 이용객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증가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최근 무더위로 오후권과 야간권을 이용하는 방문객 비중이 크게 늘면서 폭염에도 전체 입장객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된 만큼 향후 변화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축제 현장ⓒ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1년을 기다려 단 2주를 빛낸다…1만 3000마리 반딧불이의 시간

반딧불이 체험장 문이 열리자, 바깥의 열기가 사라졌다. 시원한 실내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관람객들은 어둠 속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체험에 앞서 에버랜드 사육사인 '주키퍼'가 반딧불이의 생애를 설명했다.

오서영 주키퍼는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는 물속에서 약 10개월 동안 다슬기를 잡아먹으며 자란다"며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면 우리가 아는 반딧불이가 되는데 성충으로는 고작 10일에서 2주 정도만 산다"고 말했다. 이어 "입도 퇴화해서 물만 마시며 생을 마친다"고 덧붙였다.

1년 가까운 시간을 버텨 단 2주 남짓 빛을 낸다는 설명을 듣고 들어선 체험장에 기대감을 품고 들어섰다. 안전등까지 완전히 끄자 약 1만 3000마리의 반딧불이가 동시에 빛을 내기 시작했다.

사진은 에버랜드 반딧불이 체험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축제' 현장. (삼성물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8.3 ⓒ 뉴스1
에버랜드 반딧불이 체험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숲속을 가득 메운 초록빛이 천천히 움직이자 여기저기서 "우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관람객은 연신 손가락으로 빛을 따라가며 신기하기도 했고 한동안 말없이 그 풍경을 바라봤다. 짧지만 가장 찬란한 순간을 위해 살아가는 반딧불이의 시간을 알고 나니, 그 빛은 더욱 오래 눈에 남았다.

에버랜드는 1998년 반딧불이 인공번식에 성공한 이후 28년간 사육 기술을 축적해 왔다. 올해는 기존 유료 체험을 무료로 전환하면서 누구나 현장 대기를 통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개막 보름 만에 약 3만 명이 다녀갔다.

에버랜드 나이트 사파리에서 볼 수 있는 한국 호랑이ⓒ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밤이 되자 살아난 맹수들…사파리도 '야행성'이 됐다

해가 지자 사파리월드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동물 그림으로 꾸며진 40인승 전기(EV) 버스에 오르자, 강한 냉방 바람이 먼저 반겼다. 낮 시간 달궈졌던 몸이 금세 식었다.

버스가 천천히 사파리 안으로 들어서자 벵골호랑이가 대나무 숲 사이를 가로질렀다. 라이온 사바나에서는 사자 무리가 초원을 천천히 거닐었고, 베어밸리에서는 몸길이 3m, 몸무게 500kg에 달하는 불곰이 물웅덩이에 몸을 담근 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반달곰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관람객들ⓒ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지난봄 낮 시간대 찾았던 사파리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맹수들은 한낮보다 훨씬 활발하게 움직였고, 버스 안에서는 관람객들이 연신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은 "최근 일본에서 폭염으로 타조가 폐사한 사례도 있었던 만큼 예년보다 더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며 "셸터와 그늘막을 추가 설치하고, 맹수들에게는 얼린 고기와 이온제, 비타민 등을 공급하며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가을에 운영하던 나이트 사파리를 올해는 6월부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폭염이 계절 프로그램의 운영 시기까지 앞당겼다.

뿌빠타운에서 만날 수 있는 아기 사자 라온이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너무 귀여워"…사람들이 몰린 곳엔 아기 사자 '라온이'

뿌빠타운 앞에는 유독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유리창 너머를 들여다보던 관람객들이 연신 탄성을 터뜨렸다. "꺄악 너무 귀여워", "안아보고 싶다"는 소리가 이어졌다.

주인공은 에버랜드에서 8년 만에 태어난 수컷 아기 사자 '라온이'였다. 올해 6월 5일 태어난 수컷 사자로, 지난 5일부터 처음 공개됐다.

탄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어미 사자가 난산을 겪다 세상을 떠나면서 강혜윤 주키퍼를 비롯한 사육사 3명이 출생 직후부터 인공포육으로 정성껏 키워왔다. 분유를 먹으며 자라다 최근 이유식을 거쳐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정상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해 공개를 결정했다. 현재 몸무게는 5.5kg이다.

라온이는 현재 창문 너머로만 관람이 가능하다. 오전 10시~12시, 오후 2시 30분~5시(평일), 오후 2시 30분~5시 30분(주말)에 만날 수 있다.

사육사에게 장난치고 있는 라온이
라온이라는 이름은 삼성라이온즈 투수 양창섭 선수가 지었다. "씩씩하게 자라 언젠가 에버랜드 사파리를 호령하는 진정한 사파리의 왕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14 ⓒ 뉴스1

에버랜드의 여름밤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카니발 광장에서는 K팝과 EDM이 어우러지는 야간 워터 디제잉 파티 '밤밤 썸머 나이트'가 펼쳐지고, 멀티미디어 불꽃쇼와 문라이트 퍼레이드가 여름밤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광복절 연휴인 14일부터 16일까지는 밤 11시까지 야간 개장을 확대 운영한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