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벚꽃, 원래 창경궁에 있었다?"…이야기 따라 걷는 서울 꽃길 5선

부귀영화 상징 '모란' 피어난 경복궁 집옥재·수양벚꽃 드리운 경회루
양재꽃시장 '유럽 장원' 된 사연· 불암산 기암괴석 아래 10만 철쭉 장관

불암산 철쭉(노원구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서울 전역의 벚꽃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며 도심이 연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평년보다 포근한 기온 속에 나들이객의 설렘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번 주말 서울의 봄은 화려한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단순히 꽃의 자태를 감상하는 유람을 넘어, 발길 닿는 곳마다 깃든 역사와 숨은 서사를 따라가면 서울의 봄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4일 서울관광재단은 시민들이 꽃향기와 함께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봄꽃 명소 5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명소는 양재꽃시장의 튤립, 여의도의 벚꽃, 불암산의 철쭉, 경복궁의 모란, 청계천의 산수유 등 서울의 산길과 물길을 따라 펼쳐지는 5개 코스다.

양재꽃시장(서울관광재단 제공)
꽃향기 가득한 시장, 양재꽃시장

4월 초 양재천 인근은 하천을 따라 만개한 벚꽃과 매헌시민의숲(구 양재시민의 숲)의 튤립이 어우러져 일상의 쉼표를 느끼기 충분하다. 특히 인근에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의 화훼단지인 양재꽃시장은 꽃의 생동감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나들이 코스가 된다.

양재천 인근에 튤립이 만발하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 양재천과 양재시민의숲을 복합문화 녹지공간으로 재정비하며 '도시 속 작은 유럽 장원'이라는 콘셉트를 도입하면서부터다. 당시 튤립은 '봄의 전령'이자 '희망, 새출발'의 상징으로 선택됐고 이후 빨강, 노랑 등 구간별로 다른 색의 튤립을 심었다.

기존 잔디와 나무 위주였던 숲에 튤립이 더해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아침 9시 전후에 방문하면 햇빛이 부드럽고 그림자가 길어 입체감이 살아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오후 4~6시 사이에는 노을이 따뜻한 황금빛을 주어 튤립의 색상이 강조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양재꽃시장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마주하는 수백 개의 꽃송이와 분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 된다. 생화, 분화, 분재, 정원수 등을 판매하는 수백 개의 점포가 밀집해 있어 거대한 식물원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꽃시장은 도매와 소매가 함께 이루어져 일반 방문객도 부담 없이 둘러보기 좋다.

양재천 산책로의 영동1교와 영동2교 사이 약 2.5km 구간은 '양재천 벚꽃 등(燈) 축제'의 주요 무대다. 축제는 오는 19일까지 진행되며 산책 후에는 양재천 카페거리의 야외 테라스에서 봄바람을 맞으며 여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과 어우러진 서울달(서울관광재단 제공)
벚꽃 비 내리는 여의도, 밤을 밝히는 서울달

지금 여의도는 거대한 꽃 잔치 현장으로 변모했다. 윤중로를 가득 채운 벚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며 만들어 내는 벚꽃 터널은 서울을 대표하는 봄의 절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낮에는 햇살 아래 빛나고 저녁에는 조명과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어느 시간에 방문해도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은 100년 전 서울에서 가장 이름난 벚꽃 명소였던 창경궁과 인연이 깊다. 일제가 창경궁 전각을 허물고 조성했던 벚나무들이 1980년대 창경궁 복원 과정에서 여의도로 옮겨지며 오늘날의 윤중로를 수놓게 됐다.

여의도 공원에 자리한 '서울달'은 여의도 상공을 수직 비행하는 거대한 보름달 모양의 계류식 헬륨가스 기구다. 지상에서 약 130m 높이까지 올라가 여의도 일대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주간에는 서울 도심과 한강의 풍경을, 야간에는 화려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달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12시부터 22시까지 운영되며 기상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운행 여부가 결정된다.

불암산 철쭉(노원구 제공)
온실 안 나비들을 관찰할 수 있는 '나비 정원'(노원구 제공)
진분홍 꽃물결이 뒤덮는, 불암산

불암산은 4월이 오면 철쭉동산에 식재된 10만 그루의 철쭉이 기지개를 켜며 진분홍빛 화원으로 변모할 준비를 마친다. 해발 508m의 바위산인 불암산은 산꼭대기의 바위가 가부좌를 튼 부처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불암산 철쭉동산은 비스듬한 경사면을 따라 촘촘히 식재된 철쭉이 만개하면 산자락 전체가 분홍빛 파도처럼 출렁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올해 철쭉 축제는 16일부터 26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철쭉동산 앞에는 온실 안 나비들을 관찰할 수 있는 '나비 정원'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다. 무장애길을 따라 오르면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전망대에 닿아 노약자나 거동이 불편한 방문객도 제약 없이 서울 북부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산림치유센터에서는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불암산 힐링타운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 후 참여할 수 있다.

모란이 피어난 경복궁(서울관광재단 제공)
봄의 대미를 장식하는 꽃의 왕, 모란이 피어난 경복궁

경복궁은 봄이 되면 조선 왕실이 사랑했던 꽃들이 차례로 피어나는 꽃대궐이 된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벚꽃에 이어 '꽃들의 왕'이라 불리는 모란은 부귀영화의 상징으로 인식돼 궁궐에서는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며 가꿔왔다. 모란의 상징성은 꽃살문, 고려청자, 분청사기 무늬뿐 아니라 민간의 혼례용 병풍에 이르기까지 우리 전통문화 전반에 깊이 뿌리내렸다.

경복궁에서 모란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고종의 서재였던 집옥재 주변이다. 앞마당에 모란이 탐스럽게 피어나면 고풍스러운 건축미와 어우러져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또 다른 명물인 경회루 수양벚꽃은 현재 가지마다 연분홍 꽃송이를 가득 매달고 연못 위로 꽃 커튼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수양벚꽃의 부드러운 곡선미와 경회루의 단단한 위용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청계천 산수유(서울관광재단 제공)
단종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영도교(서울관광재단 제공)
봄빛 물든 청계천, 산수유 꽃길에서 만나는 단종

4월의 청계천은 수변을 따라 봄꽃들이 흐드러지며 도심 속 정원으로 변모한다. 청계천을 따라 걷다 보면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가 황금빛 등불처럼 봄을 밝힌다. 산수유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으로, 청계천 영도교 앞에서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최근 1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조선 단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단종이 유배를 떠나며 정순왕후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영도교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당시 16세였던 단종은 영도교 위에서 정순왕후와 눈물로 작별했고, 둘은 끝내 다시 만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 다리를 '영이별다리'라 불렀다.

지금의 영도교는 청계천 복원 사업 때 새로 조성된 것으로 역사의 흔적 위에 다시 세워져 여운을 더한다. 청계광장에서 영도교까지는 약 4km 길이로, 수변 산수유와 이제 막 피어나는 봄꽃들을 바라보며 걷기 좋은 코스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