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서워 본국 가겠다니 퇴사하라"…중동 韓승무원 500명 갇혔다
에미레이트항공 "숙소 대기" 지령…근무지 이탈 시 '해고·블랙리스트' 압박
"미·영 동료는 본국 대기" 차별 소문까지… 가족들 "정부가 협상 나서줘야"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전쟁 공포 때문에 한국에 가서 대기하면 바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고 하네요. 정부가 나서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중동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두바이에 기반을 둔 중동 최대 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 소속 한국인 승무원 500여 명이 사실상 '퇴사 협박'에 막혀 귀국길이 봉쇄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쟁 위협 속에서 실질적인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승무원 가족들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뉴스1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중동 내 교전이 격화되자 에미레이트항공에 근무 중인 한국인 승무원들은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사측은 현지 한국인 승무원들에게 "숙소에서 대기하라"는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며 이를 어기고 한국으로 향할 경우 '즉시 퇴사 처리 및 UAE 입국 및 경유 블랙리스트 등재'라는 강압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 인사 조치를 넘어선다. 글로벌 항공 허브인 두바이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승무원들에게 직업적 사형 선고와 같아서다.
승무원 가족인 제보자 A 씨는 "지난 6일 입국할 때 딸을 같이 데려오고 싶었지만, 회사가 블랙리스트 운운하며 압박해 결국 홀로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며 "이후 정세가 급변하며 비행 스케줄이 연달아 취소되는 등 딸이 현지에 고립된 상태"라고 전했다.
여기에 '금융 협박'까지 더해졌다. 현지 지침에 따르면 승무원이 무단 이탈로 퇴사 처리될 경우, 현지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 결제 대금 미입금을 근거로 사측이나 금융기관이 형사 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
즉, 채무 불이행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현지법을 이용한 셈이다.
실시간 항공기 추적 서비스(Flightradar24)에 따르면 지난 5일 한 차례 결항을 제외하고 6일부터 현재까지 '인천~두바이' 노선은 매일 운항 중이지만, 한국인 승무원들은 눈앞의 귀국편에 몸을 싣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제보자 B 씨는 "'인천~두바이' 노선에 평상시에도 한국인 승무원이 한 명 있을까 말까 한다. 그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본국 노선에 일정 비율의 승무원을 태우지만, 한국인은 일년에 한 번 타는 것도 가능할까 말까 한 수준"이다.
더욱 큰 문제는 국적별로 대피 조치가 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다.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정부 차원의 보호를 받는 미국이나 영국 국적 승무원들은 이미 본국 대기(Standby) 승인을 받고 출국 중"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한국인 승무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사측이 한국 승무원들을 '대체 인력'으로 확보하기 위해 강제 대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된다. 전쟁 위험으로 타 국적 승무원들이 비행을 거부할 경우, 한국인 승무원들을 긴급 투입하기 위한 '대타용'이라는 주장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외항사 중 드물게 한국인 승무원을 정기적으로 대규모 채용하며 국내 지망생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꼽혀왔다. 두바이 기숙사 제공은 물론, 무세금 수당 등 높은 복리후생을 자랑하며 한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평소 자랑하던 복리후생은 직원을 위험 지역에 묶어두는 통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5년 기준 에미레이트항공은 500명 이상의 한국인 승무원과 15명의 한국인 조종사가 근무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에미레이트항공 관계자는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밖에 답을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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