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판매 절반, 삼성 B2B까지…'구매의 종말' 가전 구독 판 커진다
배송·설치부터 세척·AS까지…고객, 관리 부담 덜어
한 번 팔던 가전, 오래 관리…단골 확보로 수익성↑
-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가전을 '사는 시대'에서 '구독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LG전자 베스트샵에서 판매되는 가전의 절반가량이 이미 구독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과 케어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을 기업간거래(B2B)로까지 확대하고 나섰다.
가전업체 입장에서 구독은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송·설치·관리·사후서비스(AS)까지 묶어 장기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G전자(066570)는 지난해 가전 구독 사업에서 2조 4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조 3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해 LG전자 베스트샵 전체 판매 가운데 구독 판매 비중은 약 50%로 2024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삼성전자(005930)도 구독 사업을 주요 판매 방식으로 키우고 있다. 최근 'AI 구독클럽'을 '삼성 AI 구독'으로 리브랜딩하고 신혼부부·시니어 대상 맞춤형 케어와 기업 대상 B2B 구독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주요 가전 구매자 3명 중 1명은 구독을 선택하고 있으며, 구독 인지도는 2024년 44%에서 올해 7월 71%로 높아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가전 구독의 성격도 과거와 다르다. 기존 렌털이 제품을 일정 기간 빌려 쓰면서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정기적인 점검과 세척, 소모품 교체, AS 등을 결합한 서비스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약 4000명의 케어 매니저를 통해 고객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제품 점검과 클리닝, 필터 교체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케어 매니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케어 마스터' 자격제도도 운영한다. 구독 기간 제품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가전 판매와 결합한 형태다.
삼성전자도 AI 구독에 배송·설치와 관리 서비스를 결합했다. 오늘보장·시간맞춤 설치, 스마트싱스 세팅, AI 이상징후 안내, AS 패스트트랙 등을 제공하고 신혼부부와 시니어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선보였다. 고객이 관리 수준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무상수리·셀프케어·방문케어·라이트 등 4가지 관리 방식도 마련했다.
구독 확대는 기업 입장에서도 사업 구조를 바꾸는 요인이다. 제품을 한 번 판매하고 거래가 끝나는 일시불 방식과 달리 구독은 계약기간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과 접점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구독이 가전사업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LG전자 H&A(생활가전) 사업의 구독 가전 매출 비중이 2023년 15%에서 2024년 27%로 확대됐으며, 구독 비중 증가가 H&A 사업의 마진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가전업체들이 구독을 단순한 판매 방식이 아니라 수익 구조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바라보는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성숙한 가전 시장에서 제품 가격과 성능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면서 판매 이후의 관리와 서비스가 새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의 대상도 개인 소비자에서 기업으로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공기관과 호텔·의료·금융 등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B2B 구독을 선보였다. 여러 대의 가전을 도입하는 기업의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고 최대 6년 무상서비스, 시간맞춤 집중케어, 48시간 긴급출동 등 운영 단계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B2B 구독은 가전을 단순 소비재가 아닌 운영에 필요한 설비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에어컨이나 정수기 등 주요 설비의 고장이 운영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장에서는 제품 가격뿐 아니라 유지관리와 신속한 대응까지 중요한 구매 요소가 될 수 있다.
가전업체들의 구독 확대는 종합가전업체에만 그치지 않는다. 실제 로봇청소기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한 업체도 유통사를 통한 렌털 상품을 운영하는 데 더해 자체 구독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제품군에 집중하는 업체까지 구독을 검토하면서 제품 판매와 관리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가전업계의 구독 경쟁은 초기 비용을 낮추는 수준을 넘어 제품을 사용하는 전 과정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소비자는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기업은 판매 이후에도 고객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구조다.
다만 구독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인력과 유지보수 비용이 필요하고,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할인이나 혜택이 커질수록 기업의 비용 부담도 높아질 수 있다.
결국 가전업계 구독 경쟁의 핵심은 고객이 장기간 구독을 유지할 만큼 서비스 가치를 만들어내면서 이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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