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새벽배송, 멈추게 할 게 아니라 더 안전하게 만들어야

이주현 산업2부 부장
이주현 산업2부 부장

(서울=뉴스1) 이주현 산업2부 부장 = 새벽배송은 이제 특별한 서비스가 아니다. 밤에 주문한 식재료와 생필품을 아침에 받는 일은 이미 일상이 됐다.

그 뒤에는 물류센터와 배송기사, 수많은 협력업체가 있다. 유통업체들은 자동화 설비와 냉장·냉동 시스템, 배송망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새벽배송은 그렇게 하나의 산업이자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심야·새벽배송 노동을 제한하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보다 중요한 배송은 없다.

다만 해법이 새벽배송 자체를 위축시키는 방향이어야 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배송시간과 근무 형태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기업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다. 소비자와 배송기사, 물류센터 근로자, 납품업체와 소상공인까지 연결된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 새벽배송은 기업이 억지로 만들어낸 시장이 아니다. 맞벌이와 1인 가구 증가, 온라인 장보기 확산 등 생활 방식의 변화가 수요를 만들었고 기업이 이에 대응하면서 시장이 성장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새벽배송은 하루아침에 시작하고 멈출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물류센터와 자동화 설비, 배송망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만큼 정책 변화에는 산업에 미칠 영향과 예측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현재 시스템을 그대로 두자는 얘기도 아니다. 과도한 노동시간이나 부족한 휴식, 안전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 기업 역시 비용을 이유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논의의 출발점을 바꿔야 한다.

'새벽배송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안전하게 새벽배송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적정 근무시간과 휴식 기준을 정교하게 만들고 건강관리와 야간근무 보호장치를 강화하면 된다. 물류 자동화와 배송 효율화를 위한 투자도 유도해야 한다. 야간근무를 원하는 종사자의 소득과 선택권 역시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일관성도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해 유통 경쟁을 확대하자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야간배송 제한을 추진한다. 시장의 문은 넓히면서 배송의 길은 좁힌다면 기업은 어느 기준에 맞춰 투자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 역시 산업에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

좋은 규제는 산업을 멈추게 하는 규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규제다.

소비자의 편익은 지키고, 노동자는 보호하고, 기업은 계속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새벽배송을 멈추게 할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 규제의 목표도 그곳에 있어야 한다.

jhjh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