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철강·車·조선…노동계 '하투' 봇물, 노사갈등 곳곳이 지뢰밭

성과급·임금·정년까지…주요 제조업 임단협 잇따라 난항
"반도체 호황에 높아진 보상 눈높이…노사갈등으로 확산"

20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로자들이 퇴근을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부터 사흘간 근무조별로 하루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인다. ⓒ 뉴스1 조민주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정윤미 기자 = 국내 주요 제조업 현장에서 노사 갈등이 잇따라 분출하면서 올해 '하투'(夏鬪)가 늦여름 들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현대자동차(005380) 노조가 10년 만에 전면파업을 예고한 데 이어 포스코 노조도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창사 이래 58년 만에 첫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임금·성과급을 둘러싼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고 조선업계에서도 임단협과 쟁의 절차가 진행되면서 반도체·철강·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파업·포스코 쟁의권…SK하이닉스·조선도 '살얼음판'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부터 추가 파업에 돌입한다. 노조는 이날과 20일 각각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한 뒤 21일에는 8시간 전면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의 전면파업은 2016년 단체교섭 이후 10년 만이다.

현대차 노사는 전날(18일)도 16차 임금 교섭을 진행했지만 상여금 인상과 해고 조합원 복직, 정년 연장 등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포스코 노조는 전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 6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등을 요구했고, 회사는 기본급 1.5% 인상과 격려금 250만 원, 연간 명절상여금 200만 원 등을 제시했다.

다만 포스코 노조는 당장 파업에 돌입하지 않고 회사와 교섭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현재 다음 교섭 일정을 조율하고 있으며, 우선 쟁의 지침에 따라 주 52시간 등 근로지침을 준수하는 준법투쟁을 중심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교섭 상황에 따라 투쟁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도 성과급 지급 방식 등을 두고 임단협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사측은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현금 지급 원칙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도 대표자 교섭을 열고 최종 타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329180) 노조가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오는 25~2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함께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삼호 노조도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화오션(042660)과 삼성중공업(010140)에서도 성과급 확대가 주요 현안으로 거론된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6.4.23 ⓒ 뉴스1 김민지 기자
임금 인상 넘어 '성과 배분'…곳곳서 노사 눈높이 차이

올해 제조업 노사 갈등은 업종별로 쟁점은 다르지만, 임금 인상을 비롯해 기업의 실적과 경영환경을 노동자 보상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둘러싼 노사 간 눈높이 차이가 두드러진다.

SK하이닉스에서는 AI 메모리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을 성과급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핵심이다. 특히 성과급의 규모뿐 아니라 현금과 자사주 등 지급 방식까지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선업계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요구한 영업이익 30%를 지난해 실적에 적용하면 약 6000억 원, 올해 증권가 전망치에 적용하면 약 1조 2000억 원 규모다.

포스코는 성과급보다 기본급 인상률에서 노사 간 격차가 두드러진다. 노조 요구(7.1%)와 회사 제시안(1.5%)의 차이가 5.6%포인트에 달한다. 철강 업황과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를 이유로 비용 부담을 경계하는 회사와 위기 상황에서도 노동자 보상이 필요하다는 노조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현대차는 임금 문제에 정년 연장과 해고 조합원 복직 등 고용·근로조건 이슈가 더해지면서 갈등의 범위가 더 넓다는 해석이다.

파업 수위 따라 생산·공급망 변수…막판 교섭 가능성도

파업이 확산하면 산업별 생산 차질도 변수다. 현대차는 완성차 생산과 부품 협력업체에, 포스코는 자동차·조선·건설·가전 등 철강 수요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선업계 역시 이미 높은 가동률로 생산이 이어지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선박 건조 일정과 납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포스코 노사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SK하이닉스 역시 막판 협상을 진행하는 등 모든 사업장이 실제 파업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반도체·철강·자동차·조선 등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업종에서 임금·성과급·처우 개선을 둘러싼 갈등이 비슷한 시기에 쟁의 절차로 이어지고 있어 올해 임단협이 하반기 산업계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들이 호황에 따른 성과를 크게 보상받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업종 노동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업황이 어려운 업종에서도 임금과 복지 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어 올해 노사 갈등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