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잘 나가자 '단상자'도 낙수효과…백판지 매출 '방긋'

화장품 수출 27% 증가…한솔제지 산업용지 매출 10% 늘어
인쇄용지 생산 2년새 -15%…환경 규제가 포장재 전환 재촉

서울 중구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에 진열된 화장품. 2026.7.17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K-뷰티 수출이 급증하면서 화장품 용기를 담는 개별 제품 상자(단상자)가 제지업계의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문서 확산으로 인쇄용지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되고 있다.

14일 한솔제지가 공개한 올해 2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산업용지 매출은 15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쇄용지 매출은 1674억 원으로 4.2%, 감열지를 포함한 특수지 매출은 2135억 원으로 18.8% 늘었다.

산업용지 매출 증가에는 화장품과 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백판지 판매 확대와 제품 가격 인상이 함께 반영됐다. 백판지는 여러 겹의 펄프와 재생지를 붙여 두껍게 만든 종이로, 인쇄 적성과 강도가 좋아 화장품·의약품·식품 등의 단상자에 주로 사용된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K-컬처 확산에 따라 화장품·식품 포장용 백판지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포장용 백판지 판매가 늘어난 배경에는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한 K-뷰티 수출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7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했다. 2분기 수출액만 39억 달러로 1분기보다 25.8% 늘어 분기 기준 성장세도 이어졌다.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은 전체 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상반기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액은 50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했다. 유럽 수출이 62.4%, 북미 수출이 36.8% 늘면서 중국에 집중됐던 수출 시장도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

화장품 수출이 증가하면 내용물과 함께 용기, 단상자, 설명서, 완충재 등 포장재 수요도 늘어난다. 수출 국가와 유통 채널이 다양해질수록 현지 언어와 표시 규정, 제품 규격에 맞춘 별도 포장이 필요해 제지업계가 공급할 수 있는 제품군도 넓어진다.

한솔제지는 화장품 포장재 시장에 대응해 백판지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있다. 재생원료를 90% 이상 사용한 'Hi-Q SC'와 'Hi-Q IV'는 화장품·향수 포장재로 사용되며, 천연펄프 제품인 'Hi-Q AB플러스'와 고백색 패키징 용지 'Hi-Q AB더블랑'은 고급 화장품과 의약품 포장을 주요 용도로 삼고 있다.

제지업계의 화장품 포장재 개발 범위는 단상자에서 내용물을 직접 담는 용기로도 넓어지고 있다. 무림은 한국콜마와 친환경 종이 '네오포레 FLEX'를 적용한 마스크팩 파우치를 개발했다. 알루미늄을 사용하지 않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포장재보다 45% 이상 줄인 제품으로, 한국콜마는 쿠션 리필과 스파우트 파우치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제지업체들이 화장품을 비롯한 포장재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인쇄용지 시장의 구조적인 위축이 있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A4 용지와 모조지 등이 포함된 비도공 인쇄용지 생산량은 2023년 55만 톤에서 2025년 47만 톤으로 약 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량도 11.8% 줄었다.

한솔제지의 올해 2분기 인쇄용지 판매량도 11만 90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6% 감소했다. 매출은 판가와 판매 구성 등의 영향으로 증가했지만, 판매량에서는 종이책과 사무용지 시장의 수요 감소가 이어졌다.

다만 K-뷰티 수출 증가만으로 제지업계의 실적 개선을 모두 설명하기는 한계가 있다. 올해 2분기 산업용지 전체 판매량은 16만 8000톤으로 전년 동기와 같은 수준이었다. 화장품·식품용 백판지 판매는 늘었지만 다른 산업용지의 판매 감소분을 상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솔제지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0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8% 증가한 데도 백판지 판매 외에 미국 관세 환급과 제품 가격 인상, 중국산 감열염료 공급 차질에 따른 감열지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수출시장의 환경규제 강화는 제지업계의 포장재 전환을 앞당길 변수다. 유럽연합(EU)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은 이달 12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EU에서 유통되는 포장재는 소재와 원산지를 가리지 않고 유해물질과 재활용성, 포장 최소화 등의 요건을 단계적으로 충족해야 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K-뷰티를 PPWR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으로 분류했다. 화장품 용기와 캡, 펌프뿐 아니라 완충재와 외부 상자까지 포장 부품별 적합성을 입증해야 해 포장재가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기능을 넘어 수출시장 진입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고 분석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