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길 닦는다…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투자 속도 붙나

메가특구 특별법 추진…인허가부터 전력까지 정부가 지원
군공항 이전 전에도 부지 정비…"기업 투자 로드맵 구체화 기대"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6.29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김근욱 임윤지 기자 =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도 본격적인 실행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인허가와 전력·용수 공급, 부지 조성 등 공장 착공의 핵심 변수를 직접 관리하기로 하면서 기업들도 투자 계획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제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광주 군공항 기능을 2028년 중 다른 군공항으로 임시 분산 배치해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반도체 산업단지로 조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군공항 이전이 완료되기 전에도 산업단지 조성과 공장 착공 준비를 최대한 앞당기라는 주문도 함께 내놨다.

인허가·전력·용수…정부가 직접 챙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메가프로젝트의 핵심은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공장 착공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정부가 직접 지원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연내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단축하고, 청와대 내 메가프로젝트 전담 조직과 국무총리실 범정부 협의회를 통해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기로 했다. 충청·영남·호남 등 권역별 협의 채널도 구축해 기업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상시 관리할 계획이다.

기업 입장에선 공장 건설의 가장 큰 변수였던 인허가와 기반시설 구축 일정을 정부가 직접 관리해 주는 셈이다. 그동안 대규모 반도체 투자는 부지 확보 이후에도 환경영향평가와 전력·용수 공급, 각종 인허가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실제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부는 반도체 생태계 지원도 강화한다. 향후 10년간 대·중소기업 공동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5조 원 규모의 상생 무역금융과 5조 원 규모의 반도체 신규 펀드를 조성해 소재·부품·장비와 팹리스 기업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10 ⓒ 뉴스1 허경 기자
호남 인프라 선제 구축…"기업은 투자 일정 구체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인프라 구축 계획도 한층 구체화했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이전과 군 시설 임시 분산 배치를 2028년 하반기까지 마무리하는 동시에 이전 완료를 기다리지 않고 산업단지 계획 수립과 인허가, 측량, 지반조사 등 착공 준비 작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탄약고 예정 부지도 선제적으로 조성해 기업이 원하는 시점에 공장을 착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전력과 용수 공급 일정도 제시했다. 호남 클러스터에는 2028년 말부터 전력을 공급하고, 2030년까지 필요한 하루 165만톤 규모의 용수도 하수 재이용수와 동복댐·주암댐·나주댐 등을 활용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기업 수요를 확인한 뒤 산업단지 후보지를 추가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기업 투자 일정에 맞춰 기반시설 구축을 추진한다. 정부는 2041년까지 최종 14.7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공급하고 통합 용수 공급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에 따르면 충청권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6개 기업의 246조 원 규모 프로젝트가 올해 착공 또는 설비 증설에 들어간다. 영남권에서도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이노텍, 한화 등 8개 기업의 107조 원 규모 프로젝트가 연내 착공 또는 증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부 추진에 놀라"…기업도 투자 속도 기대

이번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들도 정부의 추진 속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삼성과 SK 측에서 '이렇게 빨리 일이 추진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회사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메가프로젝트의 의미를 정부와 기업의 역할 분담을 보다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기업은 반도체 공장 건설과 설비 투자에 집중하고, 정부는 인허가와 전력·용수, 부지 조성 등 기반시설 구축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공장은 전력과 용수 공급 시점이 생산 일정과 직결되는 만큼 기반시설 구축 일정이 명확해질수록 기업들도 착공과 장비 반입, 양산까지 이어지는 투자 로드맵을 더욱 안정적으로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후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과 전력·용수 공급 계획이 상당 부분 구체화했다"며 "정부는 기업의 투자 계획 이행 상황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산업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