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후폭풍]⑧"반도체 로또, 오래 안 가"…노동계도 부작용 우려

[좌담회上]사업부·원청 독식 구조 문제…"사회적 지원까지 고려해야"
경영계 "미래 투자 뒷전으로 밀릴라"…법조계 "주주 몫 소홀히 여겨"

편집자주 ...일부 대기업에서 시작된 N% 성과급에 대한민국이 쪼개지고 있다. 보상 격차를 놓고 내부 분열에 몸살을 앓고 있고 주주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성과에 따른 정당한 요구라는 주장과 주주가치 훼손·노동시장 양극화 우려가 맞서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산업계 전반으로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는 데 있다. 뉴스1은 N% 성과급이 가져온 갈등을 집중 조명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해외 주요 기업들의 사례와 전문가 대담을 통해 해법도 함께 고민해 봤다.

30일 서울 종로구 소재 뉴스1 본사에서 뉴스1이 개최한 'N% 성과급 후폭풍, 한국 N차 분열 중' 전문가 좌담회에서 (왼쪽 1열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정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등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7.30/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박기호 정윤미 기자

"반도체가 로또를 너무 세게 맞았다. 이 로또가 천년만년 갈 것인가. 안 갈 것으로 본다."

이정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에 우려를 나타내며 한 말이다. 영업이익을 특정 사업부 구성원에게 집중 배분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도 했다. 반도체 품귀로 생긴 초과이익이 장기간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고 임금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정책실장은 지난달 30일 뉴스1이 서울 본사에서 개최한 'N% 성과급 후폭풍, 한국 N차 분열 중' 전문가 좌담회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이처럼 '로또'에 비유했다.

최근 국내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이른바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냈다면 노동자에게도 정당한 몫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영계는 물론 학계와 노동계 내부에서도 'N% 성과급'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계도 "N% 성과급 문제 있다" 우려…경영계 "미래 투자 위축에 단기실적 치중"

이 실장은 "인공지능(AI) 경쟁으로 반도체 호황이 계속될 수 있겠지만 앞으로 2~3년 갈지는 몰라도 10년, 20년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미친 수익률"이라며 "엄청난 이윤을 기초로 오랜만에 떼돈을 벌 기회가 왔으니, 노동자들이 성과를 많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반도체 호황이 계속 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사내 사업부별 격차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만 돈을 왕창 주고 휴대전화 쪽은 거의 못 받는 것은 같은 기업 내 동료의식 측면에서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협력업체를 배분 논의에서 배제한 데 대해선 "삼성전자 노조가 별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반도체 산업 전체의 이윤을 어떻게 국민 전체의 것으로 만들어낼 것인가도 성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기업의 성과는 사회적 지원과 여러 이해관계자의 역량이 함께 작용해 만들어진다"며 "성과급 배분은 공급망과 사회적 지원 기여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기업 내부에서만 다루기에는 너무 큰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업부별로 쪼개 특정 사업부 구성원에게만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 사람들에게만 초과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라고 규정했다.

경영계에선 영업이익과 연동한 N% 성과급이 개인별 성과 보상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경우 기업의 미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임직원들이 단기 실적 쌓기에만 치중할 것으로 우려했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은 "성과급은 성과에 공헌한 바를 나누는 것인데 지금 논의되는 성과급은 굉장히 집단적"이라며 "누가 성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를 내는 데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는 크게 보상해야 한다"며 "공헌에 따라 차등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과급이 단년 영업이익에 연동되면 직원들은 물론 임원들도 자신의 성과급을 높이기 위해 단기 영업이익에만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줄이면 당장 영업이익은 늘겠지만 회사의 미래 경쟁력은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현금흐름의 질과 고객 만족도, 연구개발과 미래 투자, 개인과 조직의 실질적 기여도를 함께 봐야 한다"며 "영업이익도 1년 치가 아니라 3~5년 평균을 적용해야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 외부 변인을 어느 정도 통제한 상태에서 근로성과 평가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법조계, 주주 몫·미래 투자 재원도 함께 고려해야

법조계에선 N% 성과급을 노조가 일방적으로 정한 고정된 권리로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사 교섭을 통해 배분 비율을 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근로자뿐 아니라 투자 위험을 부담하는 주주의 몫과 기업의 미래 투자 재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N% 성과급에서 N은 정해진 상수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액수"라며 "노조가 15%를 던졌다고 해서 곧바로 룰이 되는 게 아니다. 노사가 교섭해 몇 퍼센트를 할지 정하는 것이고 사용자도 교섭을 통해 N을 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논란의 핵심은 주주에게 돌아갈 몫을 근로자가 영업이익 단계에서 먼저 가져가는 것이 맞냐는 데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성과급을 지급하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설비에 투자한 회사가 망하면 주식은 휴지가 된다"며 "가장 큰 위험을 부담하는 주주가 영업이익 배분에서 뒷순위로 밀려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