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발효…기업들 "직격탄" vs "영향 확인부터" 셈법 복잡
대동, 북미 매출 58.2%·미국 판매 제품 전량 국내 생산
에이피알 가격·입점 계획 유지…한솔제지 "시장 상황 예의주시"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최혜국대우(MFN) 관세와 무역법 301조 관세를 합해 12.5%를 적용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가격 인상과 수익성 방어 사이에서 고심하는 반면, 일부 기업은 품목별 적용 대상과 세부 규정을 먼저 확인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전 0시 1분부터 한국산 제품에 강제노동 관련 무역법 301조 관세를 적용했다. 철강·알루미늄·구리와 자동차 등 무역확장법 232조 대상 품목, 반도체와 의약품 등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이번 조치는 모든 품목에 12.5%를 일괄 부과하는 방식은 아니다. 기존 MFN 관세율이 2.5%라면 301조 관세 10%를 더하고, 기존 관세가 0%인 품목에는 12.5%를 부과해 합산 세율을 12.5%로 맞춘다. 기존 세율이 이미 12.5% 이상이면 추가 관세가 붙지 않는다.
같은 한국산 제품이라도 기존 관세율과 미국 매출 비중, 생산거점, 가격 전가 가능성 등에 따라 기업별 영향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 판매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업은 관세가 수입 원가에 직접 반영되는 반면,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농기계 업계에서는 북미 의존도가 높은 대동의 부담이 크다. 대동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트랙터 등 주력 제품이 이번 추가 관세 적용 대상이라고 확인했다.
지난해 대동의 북미 매출은 8647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58.2%를 차지했다. 미국 판매 제품도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북미에서는 고객 사양에 맞춘 일부 조립만 이뤄질 뿐 완제품 생산공장은 없다.
관세를 회사가 흡수하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가격에 반영하면 현지 판매와 딜러 경쟁력에 부담이 생긴다. 대동은 본사와 미국 법인, 딜러, 소비자가 관세를 어떻게 분담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대동 관계자는 "미국 판매 제품은 모두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으며 북미에서는 고객 수요와 사양에 맞춘 일부 조립만 진행하고 있다"며 "관세 부담의 분담 방식과 가격 인상 여부, 기존 재고와 실적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TYM은 정부 협의와 후속 조치를 지켜본 뒤 대응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TYM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정부 협의 결과 등을 살펴보면서 필요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TYM의 지난해 연결 매출 9294억 원 가운데 트랙터와 콤바인, 승용이앙기 등을 포함한 농기계 부문이 8493억 원으로 91%를 차지했다.
TYM은 미국 조지아주 롬에 북미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펜실베이니아주 블룸즈버그에도 조립과 물류 거점을 두고 있어 미국 판매 제품을 모두 국내에서 생산하는 대동과는 생산 구조가 다르다.
농기계는 현지 딜러가 제품을 미리 재고로 확보해 판매하는 구조인 만큼 관세 시행 이전 통관된 제품에는 영향이 없지만 신규 통관 물량부터 원가 부담이 달라진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그동안 기업들이 재고를 처리하거나 가격을 유지하면서 관세 부담을 버텨왔지만, 앞으로는 이런 방식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상장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6% 수준인데 10%가 넘는 관세를 기업이 부담하면서 수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K-뷰티 업계도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제품 단가가 낮고 브랜드와 벤더, 유통사가 마진을 나누는 구조여서 소비자 가격보다 유통마진과 판촉비에서 부담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에이피알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가 원칙적으로 이번 추가 관세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품목별 세부 규정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대미 매출은 593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9%를 차지했으며, 현지 판매 제품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한다.
가격 정책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미국 내 소비자 가격과 오프라인 입점, 마케팅 전략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미국에서 15% 관세가 부과됐을 때도 관세를 소비자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최종 시행 방안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가격 정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미국은 핵심 시장인 만큼 기존 사업 전략을 유지하면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다이글로벌도 품목별 적용 여부를 확인하면서도 판매량에 미칠 단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주요 제품 가격이 15~20달러 수준이어서 일정 폭의 가격 상승이 곧바로 구매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판단이다.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K-뷰티 제품은 제품력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일정 수준의 가격 상승이 구매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관세 부담을 회사가 얼마나 흡수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지업계는 품목별 관세율과 거래 조건을 따져 실제 부담 규모를 계산하고 있다. 한솔제지가 미국에 수출하는 주요 품목은 인쇄용지와 감열지, 판지이며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15% 수준이다.
품목별 가격 경쟁력과 고객사 계약 조건에 따라 대응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대체가 쉬운 품목은 가격 인상에 부담이 컸지만, 대체재가 적은 제품은 고객사와 관세 부담을 협의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현재 미국의 관세 정책과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고객사와 경쟁 환경 등을 면밀히 살피면서 필요할 경우 적절한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기업이 관세를 계속 흡수하기 어려워지면 결국 수출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가격이 오르면 미국 내 수요와 수출 물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유럽 기업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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