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직간접 손실 100조 추산"…긴급조정 절실

노조 4만 3000여명 파업 참가 신청…공장 '셧다운'
비상관리 돌입, 대규모 생산 차질·인력 부족 대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2026.5.13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노조의 총파업 예고일을 일주일 앞두고 반도체 생산량 조정을 위한 사전 작업 등 비상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24시간 운용되는 반도체 생산 공정 특성상 중간에 작업이 중단될 경우 천문학적 피해가 예상돼 선제적으로 조정에 나선 것이다. 현재 파업 신청자는 4만 3000명을 돌파했다. 파업 강행 시 삼성전자의 직간접 피해액은 10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반도체 생산 프로세스를 조정하는 사전 조치에 돌입했다. 통상적으로 이 같은 예비작업에는 일주일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시작되면 대규모 생산 차질은 물론 인력 부족으로 품질 이슈가 생길 수 있어 이날부터 비상관리상황에 돌입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라인 초입에 투입하는 신규 웨이퍼 수량을 제한하고 단가가 높은 최신 공정(HBM, 최첨단 선단 공정) 위주로 제품 믹스를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봤다.

라인 내부에서 가공 중인 반제품(WIP)이 특정 구간에 멈춰서 오염되지 않도록 끝까지 진행시켜 완제품으로 출고(Flush-out)하는 작업, 가동률이 높을 때 미뤄뒀던 대대적인 장비 세정과 부품 교체, 센서 교정 작업 등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은 직원들의 파업 이전부터 생산량과 품질 관리를 시작해야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품질 관리를 위해 생산량을 파업 이전에 축소해놔야 한다"며 "품질 이슈가 생기면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차질을 줘 공급량 축소 못지 않게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의 실제 충격은 노조가 예고한 18일의 파업 기간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파업 기간 18일에 사전 예비작업과 사후 안정화 작업까지 더해지면 한 달 이상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구조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파업이 18일간 지속될 경우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의 재가동 및 정상화 과정에 추가로 2~3주의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생산 차질이 파업기간에 국한되지 않고 공급 회복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면 파업이 강행될 경우 삼성전자의 손실액은 10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까지 파업 참가 신청자는 4만 3286명으로 집계됐다. 이 인원이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체가 사실상 '셧다운'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신청한 위법 파업행위 금지 가처분 건이 법원에서 인용되더라도 피해액은 10조~20조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 평택 공장 정전사고로 28분간 가동이 중단됐을 때도 약 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를 환산하면 1시간에 약 1071억 원, 하루 약 2조 6000억 원의 손실 규모다. 분당 손실액이 10억 원을 상회한 셈이다.

앞서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 시 분당 수십억 원, 일일 1조 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5.13 ⓒ 뉴스1 김영운 기자

문제는 직접 손실보다 '보이지 않는 비용'이 더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송 교수는 △신뢰 자산의 소멸 △전환비용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기의 기회비용 상실 △핵심 인재 이탈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등 다섯 가지를 핵심 리스크로 꼽으며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만큼 파업 리스크가 단일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재정과 세수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1754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로 구성된 산업 생태계 전반에 가동률 하락·고용 감소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경우 생산라인 1개당 협력사를 포함해 약 3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10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긴급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된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다.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30일간 모든 쟁의행위가 중단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 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국들은 천문학적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앞다퉈 뛰어가는데 내부 파업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은 명백한 자해 행위"라며 "국가적 재앙을 막을 골든타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정부가 결단을 내릴 때"라고 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