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보다 체력과 판단력"…이스타항공 승무원 공채 도전기[르포]

국적사 최초 자체 체력시험 도입…악력부터 목소리 크기까지 측정
'정답 없는' 상황 면접 통해 개개인 성향 파악

7일 서울 강서구 소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이스타항공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객실 승무원 공채 모의시험 현장. 2026.5.7/뉴스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1. "1번 탈락" "3번 탈락" "5번 탈락". 체육관 내 20m 거리를 왕복하던 기자들이 정해진 박자에 맞춰 회차 지점에 들어오지 못하자 이를 지켜보던 교관이 탈락을 알렸다. 떨어졌다는 소리에 다리에 힘이 풀린 기자들이 속절없이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2. "직장 내 세대 갈등 해소라니, 직장 생활하는 우리도 못 하는 거잖아요." 조별 면접 답변을 앞두고 토의에 들어간 기자들이 다른 동료 기자의 발언을 듣고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소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10명의 기자가 객실 승무원 공채 모의시험에 도전했다. 체력 시험과 상황 대처 면접이 진행됐고 9명은 체력 시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3월 객실 승무원 공채에 국적 항공사 최초로 자체 체력 시험을 도입했다. 지원자의 용모와 첫인상을 중점 평가했던 기존 면접 전형을 고도의 판단력을 평가하는 상황 대처 면접으로 변경했다. 이달 진행하고 있는 올해 객실 승무원 공채도 체력 시험과 상황 대처 면접이 전형 과정에 포함됐다.

강태영 인사팀장은 체력 시험을 마치고 상황 대처 면접에 들어온 취재진이 숨을 헐떡이자 "원래 선발 절차가 이렇게 역동적이지 않았다"며 "서류 통과자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면접을 보고 채용했지만, 객실 승무원 본연의 역할이 기내 안전 요원인 만큼 관련 역량을 종합 평가하기 위해 채용 절차를 전면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김재원 훈련팀장은 "지난해 합격생을 대상으로 교육 훈련을 진행해 보니 이전 대비 몸 쓰는 훈련도 수월하게 하고 업무 적응도 빨랐다"며 바뀐 전형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선희 객실승무팀장은 "매뉴얼만 외워서는 다양한 기내 상황에 대처하기 쉽지 않다"며 "지원자들이 상황에 맞게 얼마나 유연하게 답변하는지를 본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 객실 승무원 공채 전형은 △서류평가 △상황 대처 면접 △체력 시험 △임원 면접 △채용 검진 순으로 진행된다.

7일 서울 강서구 소재 이스타항공 본사 인근 체육관에서 이스타항공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객실 승무원 공채 모의시험에서 암리치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 2026.5.7/뉴스1 김성식 기자
체력 시험 5개 항목 모두 통과해야…기자 10명 중 9명 탈락 "쉽지 않네"

체력 시험은 △암리치(팔 도달 거리) △악력(손아귀 힘) △데시벨(목소리 크기) △평형성 △배근력 △오래달리기(남성 1㎞) 등 실제 시험과 동일한 5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모두 객실 승무원 실무에 필수적인 역량으로 훈련팀 조교들이 직접 선정했다. 지원자들은 5가지 항목을 모두 통과해야 다음 단계인 임원 면접으로 올라갈 수 있다.

암리치는 기내에 응급 상황에서 구급 장비나 소화기 등이 있는 오버 헤드빈에서 필요한 물품을 꺼낼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시험이다. 오버 헤드빈 높이인 205㎝까지 한손을 뻗을 수 있으면 합격이다. 취지에 맞게 까치발까지는 허용됐다. 키가 180㎝인 기자는 손을 머리 위로만 들어 올렸는데도 합격선까지 무난하게 닿았다.

데시벨은 패닉 상황에서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며 당황해하는 순간 큰 소리로 강하게 구호를 외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지원자가 '발목 잡아, 머리 숙여, 자세 낮춰' 등의 구호를 큰 소리로 외치면 이를 소음 측정기로 측정한다. 이 역시 합격점인 100dB을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7일 서울 강서구 소재 이스타항공 본사 인근 체육관에서 이스타항공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객실 승무원 공채 모의시험에서 악력을 측정하고 있는 모습. 2026.5.7/뉴스1 김성식 기자

평형성은 기내 난기류 상황 발생 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양쪽 눈을 안대로 가린 상태에서 한 발을 직각으로 들어 올린 채 한 다리의 힘만으로 최대한 오래 버텨야 한다. 이때 A4용지 4장 크기의 사각 테두리 밖으로 한쪽 발이 벗어나면 탈락이다. 정확한 합격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0초를 채 넘기지 못한 기자도 합격 처리됐다.

배근력은 기내 충격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오래달리기는 장시간 비행을 버티고 비상 상황에서 승객을 부축하기 위해 평가한다. 전문 측정 기구에 올라서서 얼마나 강하게 무게를 들어 올리는지로 배근력을, 20m 거리를 일정한 박자에 맞춰 남성은 45회, 여성은 25회 오갈 수 있는지로 오래달리기를 평가한다. 오래달리기에서 가장 많은 탈락자가 나왔다. 10명의 기자 중 합격자는 4명에 불과했다.

기자는 악력 시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남성 45㎏, 여성 25㎏ 이상이어야 합격인데 이를 넘기지 못한 것이다. 20대 남녀 악력 평균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우창완 객실 사무장은 "비상 탈출 상황에서 도어를 열거나 승객들을 구조하려면 강한 약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모의시험에 응시한 기자 10명 중 5가지 체력 시험 항목을 모두 통과한 기자는 1명에 불과했다. 실제 시험에서도 전체 응시자의 30% 정도가 체력 시험에서 떨어진다고 한다.

7일 서울 강서구 소재 이스타항공 본사 인근 체육관에서 이스타항공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객실 승무원 공채 모의시험에서 오래달리기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 2026.5.7/뉴스1 김성식 기자
기내 상황 아닌 일반 상황 제시돼…"토의 과정서 동료와의 조화 중시"

상황 면접은 5명이 1개 조를 이뤄 제시된 상황에 대해 8분간 토의한 뒤 1명이 이를 정리해 면접관에 토의 결과를 답변하는 형태였다. 이날 제시된 상황은 뜻밖에도 기내 상황이 아닌 사내 세대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관한 것이었다.

메신저 소통과 칼퇴근을 원하는 20대 신입과 대면보고와 잦은 회식을 고집하는 50대 부장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팀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회식 룰을 제안해야 했다. 이에 오전에는 대면보고, 오후에는 메신저 소통을 원칙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점심 회식 정례화 및 회식 형태 다양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강 팀장은 "기내 상황을 제시하면 항공서비스학과 출신 지원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어 오늘처럼 일반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며 "면접 답변에 정답은 없다. 토의 과정에서 개개인의 성향이 노출되는데 우리 회사의 인재상에 부합하는지, 동료 승무원들과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성향인지 등을 살펴본다"고 말했다.

7일 서울 강서구 소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이스타항공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객실 승무원 공채 모의시험 현장. 2026.5.7/뉴스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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