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전성비·가성비 AI 메모리 통합칩 개발할 때…공조, 생존의 문제"

대한상의·한미협회, 한미일 산업협력 방안 논의…"AI 협력"
"아시아판 IMEC 공동 구축…한일, 대미 LNG 공동 투자"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대한상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17 ⓒ 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이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상공회의소, 한미협회는 7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제6회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를 열고, 한국, 미국, 일본의 미래 협력 과제를 논의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그간 AI를 중심으로 제조, 에너지, 조선 등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이 힘을 모으면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날 콘퍼런스 참석자들 역시 3국이 AI 시대에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고 시너지 효과 역시 가장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일 산업협력이 성사되면 AI시대를 견인하는 강력한 산업동맹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도 예상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한미일은 전성비 높은 AI 컴퓨팅 인프라 확보를 위해 컴퓨팅·에너지·냉각 관련 인프라 기술 공동연구개발 플랫폼 및 표준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며 "가성비 높은 AI 데이터센터 전용 시스템·메모리반도체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센터, 이른바 '아시아판 IMEC(Interuniversity Microelectronics Centre)'을 공동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국이 피지컬 AI 테스트베드, 스타트업 공동 활용 AI 인프라 구축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홍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본부장은 "한국의 제조 데이터, 미국의 AI 모델·슈퍼컴퓨팅 자원, 일본의 로봇 제어 기술을 결합한 '3국 공동 피지컬 AI 테스트베드' 구축을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공동 실증 성과를 토대로 향후 중동·동남아·중남미 시장에 'AI 풀스택 패키지'로 수출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영 생성AI스타트업협회 협회장은 "한국 AI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확장할 때 미국 그랙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접근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3국이 공동으로 활용 가능한 AI 컴퓨팅 크레딧 프로그램과 공동 인프라 허브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I 협력을 위해선 체계가 서로 다른 한미일 규제환경도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부카 히로키(Habuka Hiroki)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AI센터 수석연구원은 "세 나라 간 AI 협력을 가로막는 주요 병목 중 하나는 각국의 규제 방식이 점점 더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규제 분절화는 AI 산업협력의 비용과 리스크를 키운다"며 "민간부문이 앞장서 기업들이 규제환경을 보다 효율적이고 예측가능하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동 사태를 계기로 3국 간 액화천연가스(LNG),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제인 나카노(Jane Nakano) CSIS 에너지안보·기후변화 수석연구원은 "AI 수요 대응을 위해 신뢰 가능하고 청정한 에너지 확보가 필수 과제"라며 "한국과 일본은 미국 가스전 개발뿐 아니라 액화설비, 저장시설, 수출터미널과 선적부두 등 LNG 수출 인프라에 공동 투자해 미국산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산 원유를 공동 비축하는 방안을 통해 비상시 공급 차질에 대비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3국 공조는 생존의 문제'라며 "미국 신규 액화터미널 투자, 동북아 통합 LNG 허브 구축과 함께, 원자력 분야에서 미국의 원천기술, 일본의 정밀 부품과 금융, 한국의 시공·기자재 역량을 결합한 SMR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당국 간 설계인증 상호참조를 통해 중복심사를 줄여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SMR 패스트트랙(신속 인허가 협력체계)를 제안했다.

에너지 협력을 더 큰 전략 틀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안세현 서울시립대 정경대 학장은 "원유·가스·원전·전략비축유(SPR)·핵심광물뿐 아니라 해양 에너지, 초크포인트(choke point·에너지 물류의 핵심 길목), 제3지역 공동 진출까지 협력 의제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미일 산업협력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산업동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성윤모 전 장관은 기조 발표에서 "기술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AI, 반도체, 에너지, 조선 분야 등에서 3국의 협력이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이형희 서울상의 부회장은 환영사에서 "한미일 3국의 산업생태계가 더 긴밀히 연결될 수 있게끔 민간 차원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제시된 여러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일본 측 경제단체 등과 실무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