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후티 반군에 "홍해 막아라"…우회로 봉쇄 우려에 정유업계 비상
"수에즈 운하 통과 시 50일 소요…비용 감당 큰일"
사우디 원유 도입 차단 우려…"민관 대책 마련 시급"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해협이 모두 봉쇄되면 중동으로부터 원유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마지막 우회 경로도 운송 기간이 최소 한 달 늘어나 경제성이나 효율성, 모든 면에서 '최악'의 조건이라 눈앞이 캄캄합니다.
사우디 등 중동산 원유 도입이 사실상 원천 차단될 우려가 나오면서 정유 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지난 28일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군사 행동에 나서자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개별 기업이 대체 항로를 찾기에 역부족으로 정부가 나서 민관이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의 추가 공격으로 인한 확전 가능성에 대비해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공격에 나서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상황에서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행하는 선박을 공격할 경우 세계 최대 원유 공급망이 막히게 되는 셈이다.
홍해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수에즈 운하까지 이어지는 항로로 현재 후티 반군의 영향권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적의 물류 경로로 꼽힌다. 하루 평균 약 9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며 전자, 자동차, 배터리 등이 수출되기도 한다.
페르시아만은 세계 석유 생산과 유통의 핵심 지역으로 이곳을 빠져나오려면 무조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대체 원유 수송로로 부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부 유전의 원유를 송유관으로 홍해 쪽인 서부로 이송한 후 홍해 얀부항에서 선적·수출하고 있다. 홍해 얀부항에서 물량을 싣고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아시아 등 국가로 원유를 보냈다. 이 항로는 일반적인 루트가 아님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선적 물량이 전쟁 이전 대비 2배 급증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막힐 경우 중동 원유는 홍해 위 수에즈 운하를 거쳐야 한다. 홍해~수에즈 운하~지중해~대서양~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인도양을 거치는 길이다.
기존 항로보다 약 9000㎞ 늘어나고 운송 기간도 최대 2주가량 길어져 국내에 도달하기까지 약 50일이 걸린다.
게다가 수에즈 운하는 대형 원유 운반선이 통과하지 못해 작은 운반선을 이용해야 한다. 1번에 수송할 수 있는 원유 물량도 극히 적다.
호르무즈 해협 외부에 있는 UAE 후자이라(Fujairah) 항이나 오만 등지로부터 원유 도입도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앞서 정부가 UAE로부터 긴급 도입하기로 한 원유는 호르무즈 해협 외부의 후자이라 항에서 받아 출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물량이 매우 적고 그에 맞는 유조선을 새로 확보해야 해 사실상 대안으론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홍해까지 막힐 수 있다는 소식에 국내 정유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한 정유 업계 관계자는 "홍해까지 봉쇄돼 수에즈 운하 루트로 원유를 들여온다고 하면 운송 기간이 2배 늘어나는데 단순 산술적으로 운임과 보험료도 최소 2배는 증가한다"며 "원유 도입 비용 부담마저 커지면 밑지는 장사만 계속하는 셈"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러시아, UAE 등 새로운 공급처를 통해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원유 수급 어려움이 가중되면 감산 검토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기업 운영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종전 모두 사우디로부터 물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해 봉쇄 시 4사 모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95% 이상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서 들여오는 에쓰오일(S-OIL)은 영향이 더욱 클 전망이다. S-OIL이 이란 전쟁 이후 최근 UAE와 같은 사우디 이외 지역으로부터 원유 구매에 나선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민간 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체처를 찾기엔 역부족이기에 정부 주도로 민관이 공동으로 대책 마련에 미리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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