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특수' 삼성전기·LG이노텍, 다음 타깃은 '로봇'…국산화 40% 벽 넘나
AI로 다진 실적 체력, 부품 집약도로 중장기 수익 레버리지 극대화
국산화 40% 늪 빠진 韓 로봇…'구동부' 내재화로 구조적 한계 돌파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삼성전기(009150)와 LG이노텍(011070)이 인공지능(AI) 서버와 전장 수요 확대로 지난해 4분기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거둔 이후 차기 성장축으로 '로봇'을 낙점했다. 스마트폰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 동시에, 인공지능(AI) 시대 수익 레버리지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개화가 가시화되면서 부품 집약도가 높은 로봇 산업이 두 회사의 새로운 실적 버팀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한국 로봇 산업은 설치 밀도 세계 1위에도 불구하고 핵심 부품 국산화율이 40%대에 머물러 있는 '수평적 성장'의 한계를 안고 있다. 로봇 생산이 늘어날수록 일본·중국 등 해외 부품 의존도가 함께 높아지는 구조적 취약성이 반복돼 왔다는 지적이다. 국내 부품 산업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로봇 부품 영역에서 이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로봇을 중장기 성장 기반으로 삼은 배경에는 AI 고도화로 확인된 '부품 레버리지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서버와 전장용 고부가 부품 수요 확대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실적 상승의 견인차로 작동했다. 스마트폰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AI 서버, 전장 등 부품 집약도가 높은 영역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결과다. 업계에선 로봇이 이런 흐름을 자연스럽게 잇는 다음 단계로 평가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에는 MLCC가 1만 개 이상, 카메라 모듈이 최소 5개 이상 필요할 정도로 부품 사용량이 많다. AI 서버와 마찬가지로 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공급처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부품사에 유리한 구조다.
삼성전기는 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 경쟁력을 로봇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MLCC 글로벌 2위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봇 관절과 제어부에 필요한 고신뢰성 부품 공급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초소형 전기모터 업체 알바 인더스트리즈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로봇 구동부 영역까지 보폭을 넓혔다. 국산화율이 가장 낮은 액추에이터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단순 수혜를 넘어 공급망 주도권을 노린 행보로 해석된다.
LG이노텍은 '로봇의 눈'으로 불리는 비전 센싱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의 협업, 피규어AI 고객사 확보 등 글로벌 로봇 선두 기업들과의 접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전장용 센서에서 축적한 고신뢰성 기술을 로봇으로 이식, 단순 부품 납품을 넘어 반복 수주가 가능한 플랫폼형 사업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증권가에선 로봇 관련 수주가 기판과 광학 사업의 2026~2027년 슈퍼사이클 진입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국내 로봇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핵심부품 국산화율 40%'의 벽을 실질적으로 넘을 수 있느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로봇 산업은 다운스트림(활용) 수요는 강하지만 업스트림(소재·부품) 경쟁력이 취약한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로봇 공급망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고 국산화율이 낮은 영역은 액추에이터(구동부)와 정밀 감속기, 제어기다. 현재 우리나라는 로봇 핵심 소재인 영구자석의 88.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핵심 관절 부품 역시 일본산 비중이 절대적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이런 구조적 악순환을 끊기 위해 단순 부품 납품을 넘어 핵심 기술 '내재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노르웨이의 초소형 고성능 전기모터 업체인 ‘알바 인더스트리즈’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기존 전자부품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로봇의 손과 관절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액추에이터 영역을 직접 보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LG이노텍 또한 CTO 산하에 로봇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플랫폼 확장에 따른 반복 수주 가능성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선 대기업 주도의 부품 내재화와 공급망 구축이 현실화될 경우, 로봇 단가 하락과 함께 국내 로봇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양사가 CES 2026 현장과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단기 실적을 넘어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체력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배경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식 물량 공세와 일본의 기술 점유에 맞서기 위해서는 대기업 주도의 부품 내재화와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로봇 시장 참전은 중장기적으로 로봇 단가 하락을 유도하고 국내 로봇 생태계의 부가가치를 내부로 축적하는 선순환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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