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국감…경제계, 기업인 증인 명단·규모 '촉각'
역대 최대 규모 예고되자 불만도…정치권서 최소화 원칙
APEC CEO 서밋 행사 기간 소환 최태원…명단 제외 가능성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올해 국회 국정감사가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데 경제계에선 증인·참고인으로 국회에 소환되는 재계 인사의 면면과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임위원회별로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이 이미 역대 최대 규모를 넘어서면서 재계에선 부담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제계 인사에 대한 무차별적인 소환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정치권에선 증인과 참고인 채택을 최소화하겠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향후 일부 조정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정감사가 13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17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이날 기준 14개 상임위가 국감 증인 채택을 마무리했는데 경제계 인사만 2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기업인 증인·참고인 규모인 159명을 뛰어넘었다. 현재 운영위원회, 성평등가족위원회 등에선 여야가 증인·참고인을 협의 중이다.
역대급의 증인·참고인 규모뿐 아니라 주요 기업 총수들에 대한 대거 출석도 예고하면서 경제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계열사 부당 지원 관련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하청 업체의 집회 문제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의 국회 소환 시점을 두고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상당하다. 최 회장의 국회 출석일인 28일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CEO Summit(서밋) 개막일이다.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의 의장으로 1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행사를 준비해 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행사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최 회장을 증인으로 왜 채택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재계에선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등 경영 환경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국감 소환은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기업인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시기 아니냐"며 "문제가 있는 현안에 대해선 당연히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이 맞겠지만 다른 의도가 보이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경제계에선 주요 기업 회장과 최고경영자 등을 국회로 부른 후 별다른 질의도 하지 않고 종일 국감장에 참석하게 하는 식의 행태가 이번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권은 기업인들에 대한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재계 오너 등의 증인을 최소화하고 중복 출석도 최대한 지양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재계 증인으로 오너, 대표 등 최소화, 중복 출석 지양, 무한정 대기하는 관례를 최대한 없애는 것이 당에서 생각한 3가지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에 상임위별로 여야 간 증인·참고인 철회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감에 소환된 주요 재계 인사로는 최태원·정의선·정용진 회장 외에도 정무위에선 김범석 쿠팡 의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김영섭 KT 사장, 행안위에선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현신균 LG CNS 사장,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과방위에선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영섭 KT 사장,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 산자위에선 조만호 무신사 대표, 국토위에선 이해욱 DL그룹 회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회 소환이 예정된 주요 기업 회장과 최고경영자(CEO) 대신 실무급 인사들이 참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정치권에선 최태원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결국 증인 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증인으로 채택된 주요 그룹 총수에 대해선 명단 제외를 위한 여야 간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goodda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