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넘어 중남미로…패션 OEM, 생산기지 재편 속도
美 관세 부담 낮추고 납기 단축…공급망 다변화 '니어쇼어링' 확대
신성통상·한세·영원·신원 잇단 중미 투자…과테말라 핵심 거점 부상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집중됐던 국내 패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계의 생산 지도가 과테말라·니카라과·엘살바도르 등 중미 지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최대 수요처인 미국과의 거리를 좁혀 물류비와 납기를 줄이고 특정 지역에 집중된 공급망 위험을 낮추려는 전략이다.
4일 신성통상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올해 1월 과테말라 현지 법인을 인수한 데 이어 3월 온두라스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중미 생산 거점을 추가로 확보했다.
신성통상은 기존에도 니카라과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해 왔다. 여기에 과테말라와 온두라스까지 추가하면서 미주 수출을 위한 생산망을 넓히고 있다.
중미 생산기지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는 미국 시장과의 접근성이다.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중미 자유무역협정(CAFTA-DR)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의류는 원산지 기준 등을 충족할 경우 미국 수출 때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 생산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OEM 업체들에는 생산지 다변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미가 미국 시장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납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관세와 물류 차질 등에 대비해 특정 지역에 집중된 공급망을 분산하려는 움직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두 법인은 의류 봉제 생산을 위한 거점으로 주요 수출 지역은 미주"라며 "생산 안정성과 소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패션 OEM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곳은 과테말라다.
과테말라는 중미 최대 경제국인 데다 섬유·의류 산업 기반이 발달해 있다. 미국을 최대 무역 파트너로 두고 있고 CAFTA-DR에 따른 관세 혜택과 지리적 접근성을 동시에 갖춰 미주 시장을 겨냥한 생산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세실업이다. 한세실업은 2022년부터 과테말라 미차토야 지역에서 니어쇼어링을 위한 수직계열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원사·원단부터 봉제와 완제품 생산까지 연결하는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공장은 연내 시가동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한세실업은 2024년 엘살바도르에도 진출해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중미 원단 생산단지와의 시너지를 노린 행보다. 또 다른 중미 생산기지인 니카라과에서는 올해 상반기 기준 118개 라인을 통해 약 1600만 장의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른 국내 패션 OEM 업체들도 기존 동남아 생산기지를 유지하면서 중미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엘살바도르 등에 생산기지를 둔 영원무역은 2023년 11월 과테말라에 현지 법인을 추가로 설립했다. 과테말라 법인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103억 원 규모로 무역·제조업을 사업 목적으로 두고 있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와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 글로벌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아직 과테말라 현지 공장 설립 등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신원은 이보다 앞선 1997년 과테말라에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2023년에는 현지 영업법인을 추가하고 이듬해 전문 액티브웨어 제조 공장을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과테말라 현지 의류 제조업체를 인수하는 등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에는 니카라과에도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동남아 생산기지를 중미로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주요 생산국은 경제 성장에 따라 인건비가 상승한 데다 공급망 집중에 따른 위험도 커졌다"며 "과테말라 등 중미 지역은 미국과 가깝고 무역협정에 따른 관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미주 수출을 위한 생산 거점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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