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내려가자 외국인 쇼핑지도 바뀔까…면세점 '기대'·백화점 '촉각'
상반기 방한 외국인 21% 증가…기대 못 미친 면세점·각광받은 백화점
저환율 지속되면 면세점 가격경쟁력↑…백화점 타격 제한적 전망도
- 이철 기자,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철 유민주 기자 =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둘러싼 백화점과 면세점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고환율 속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수요가 백화점으로 몰린 가운데 환율 하락으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백화점 역시 K패션과 팝업스토어 등 가격 외 경쟁력을 강화한 만큼 환율 변화가 곧바로 외국인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일 유통업계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071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
외국인 카드 소비액도 지난해 상반기 6조655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0조389억 원으로 50.8% 늘었다.
그러나 늘어난 관광객과 소비가 면세점 매출 증가로 고스란히 이어지지는 않았다.
올해 상반기 면세점 판매액은 6조47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6조3623억 원보다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외국인 매출액은 4조9968억 원으로 11.2% 증가했다. 두 자릿수 성장했지만 방한 관광객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반면 백화점에서는 외국인 소비가 가파르게 늘었다. 상반기 주요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롯데백화점이 전년 동기 대비 124.6% 늘어난 6400억 원, 신세계백화점이 120.5% 증가한 5800억 원, 현대백화점이 112.8% 늘어난 5000억 원 수준을 기록했다.
백화점 전체 판매액도 상반기 22조90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19조9595억 원보다 14.8%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외국인 백화점 소비 확대의 배경 중 하나로 상반기 고환율을 꼽는다.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평균 1484.6원으로 1998년 1분기 1493.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면세점은 달러를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내국인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부담이 커진다. 상반기에는 환율 급등으로 일부 화장품과 명품의 면세점 원화 환산 가격이 백화점 정가와 비슷해지고, 프로모션 등을 적용하면 백화점이 더 저렴해지는 가격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면세점보다 백화점의 상품 구성이 다양하다"며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백화점을 선택하는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아래까지 내려오는 등 하락세를 보이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외국인과 내국인의 쇼핑 수요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면세업계는 환율 하락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달러 표시 상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낮아지면서 내국인 소비자의 면세 쇼핑 부담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수입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환율 하락은 면세 쇼핑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라며 "수입 브랜드 상품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어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 고객은 화장품과 향수, 주류, 패션잡화 등을 중심으로 구매 수요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에 민감한 고객은 구매 시기를 앞당기거나 구매 품목과 객단가를 확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백화점 업계는 환율 흐름과 외국인 소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누리던 가격상의 이점이 줄어드는 데다 내국인의 해외여행·직구 부담도 낮아질 수 있어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환율 하락으로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쇼핑할 때 누리던 가격 이점이 일부 줄어들 수 있다"며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해외여행이나 해외직구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하락이 곧바로 백화점 외국인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화점들이 최근 면세점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K패션 브랜드와 팝업스토어, F&B 등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 목적 자체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현재까지 뚜렷한 외국인 관광객 소비 위축이나 구매 패턴 변화가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 외국인의 백화점 방문에는 가격뿐 아니라 패션·뷰티·F&B 등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수록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상품과 공간,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하반기 크리스마스 시즌 등 백화점 자체를 관광 콘텐츠화해 외국인 방문과 쇼핑 수요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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