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가는 끝났다…홈플러스, 이제 시장의 인가 받을 차례 [기자의눈]

청산보다 회생 시 채권자 몫 9893억↑…일반채권 2037년까지 분할변제
점포 매각 1.4조·추가 차입 5918억…M&A까지 '실행력'이 관건

2일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의결을 위한 관계인집회가 열린다. 관계인집회는 회생담보권자와 회생채권자, 주주 등 회생안을 심리하고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로 회생담보권자조 75% 이상, 회생채권자조 66.7% 이상, 주주조 50%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6.9.2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홈플러스가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다. 청산 위기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인가가 곧 경영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회생안이 홈플러스에 준 것은 '회생 성공'이라는 결과라기보다 다시 일어설 시간을 벌어준 기회에 가깝다.

조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를 청산할 경우 채권자 예상 배당액은 2조8080억6800만 원, 회생계획상 변제액의 현재가치는 3조7974억1300만 원이다. 회생을 택할 때 채권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약 9893억 원 더 많다는 판단이다. 숫자만 보면 청산보다 회생이 낫다. 다만 청산보다 낫다는 것과 회생에 성공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회생의 시간표부터 길다. 일반 회생채권은 원금과 개시 전 이자를 100% 변제하는 계획이지만 실제 변제는 2032년부터 2037년까지 이어진다. 회생계획상 '100% 변제'가 채권자에게는 최대 10년 가까운 기다림을 의미하는 셈이다.

회사도 몸집을 줄여야 한다. 회생계획 2차 수정안에는 적자점포를 정리하고 핵심점포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점포와 본사 인원을 감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직원들은 이미 희망퇴직과 휴직, 전환배치 등 고용 불안을 겪었다. 협력업체 역시 상품 공급을 정상화하려면 대금 지급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돼야 한다.

대주주 책임도 인가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MBK파트너스 측은 추가 회생기업 신규 운영자금(DIP) 금융 관련 보증과 투자금 손실 등을 부담한다는 입장이지만, 인수 이후 자산 유동화와 재무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회생계획을 실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대주주가 어떤 역할을 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계획을 숫자로 뜯어보면 앞으로 넘어야 할 문턱은 더 분명하다. 홈플러스는 자가점포 매각으로 2028년 2월까지 약 1조4193억 원을 마련하고, 2030년에는 자가점포를 담보로 약 5918억 원을 추가 조달할 계획이다. 결국 점포가 예상한 가격에 팔리고 금융시장에서 계획한 자금을 실제로 끌어올 수 있어야 채권 변제 시간표도 작동한다.

조사위원 역시 회생계획의 수행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공익채권자들의 분할변제 동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일시에 갚아야 할 금액이 회사의 잉여현금을 넘어설 경우 "유동성 부족이 발생해 회생계획의 수행가능성이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인가로 계획은 확정됐지만 그 계획을 실제 현금으로 바꾸는 일은 이제부터다.

무엇보다 현재 회생안은 최종 목적지라기보다 2037년까지의 생존 시나리오이자 새 주인을 찾기 위한 가교에 가깝다. 홈플러스는 인가 이후 영업양수도를 추진하고 거래가 성사되면 양수도대금을 재원으로 변경회생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법원의 인가는 홈플러스가 살아났다는 증명서가 아니다. 회생계획을 실행해볼 시간을 벌었다는 허가증에 가깝다. 점포를 팔고 돈을 빌리는 것은 시간을 벌 수는 있어도 경쟁력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결국 점포가 계획한 가격에 팔리고, 납품업체가 다시 상품을 넣고, 고객이 다시 장바구니를 채워야 회생안의 숫자가 현실이 된다. 법원 인가는 끝났다. 이제 홈플러스가 시장의 인가를 받을 차례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