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구조, 쿠팡만의 문제 아냐…업계 "규제보다 안전기준 강화해야"
물류창고 시설, 자율기재 맡겨…정부 통계에도 안잡혀
메자닌 구조, 효율성 측면서 불가피…화재 예방 시설 강화가 현실적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인천 서구 석남동에서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 다층 적층구조(메자닌 구조)의 안정성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현재 쿠팡뿐 아니라 국내 다수 기업의 대형 물류센터에 메자닌 구조가 적용됐지만, 의무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정부 역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물류센터 중 상당수는 메자닌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메자닌 구조는 창고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철골 구조물을 설치해서 내부를 여러 층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층고는 낮아지지만 각종 상품을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다만 좁은 면적에 다량의 물품이 쌓이면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불이 빨리 번지게 되는 단점도 있다.
문제는 국내 물류센터에 얼마나 많은 메자닌 구조가 도입됐는지 정부 통계가 없다는 점이다.
물류시설법에 따르면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기업(바닥면적의 합계가 1000m² 이상)이 관할 시·군·구청에 물류창고업을 등록하면서 '시설장비현황'을 적시하면, 이 내용이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연동된다.
그러나 메자닌 구조는 등록 대상 필수 항목이 아니어서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기재하지 않으면 정부가 이를 별도로 파악하기 어렵다.
실제 물류창고업에 물류센터를 등록한 기업 중 쿠팡, 무신사, SSG닷컴, 한국머스크, 뱅뱅어패럴 등을 제외하면 메자닌 구조를 시설장비현황에 적시한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시설법상 최초에 물류센터를 등록할 때 특정 구조에 대해 적시하라는 강제 사항이 없다"며 "그러다 보니 정확히 메자닌 구조를 국내 6000여 개 물류센터 가운데 비중이 얼마인지 아는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스마트물류센터'에도 메자닌 구조가 대거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 충북 진천 메가허브터미널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한진 대전 메가허브 터미널 △파스토 용인센터 △신세계 인천공항 은산통합물류센터 등에 메자닌 구조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정부 통계부터 바로잡아 국내에 메자닌을 차용한 물류센터와 기업이 몇 곳인지 정확한 파악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메자닌 물류센터 수요를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소방방재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메자닌 구조 자체를 문제로 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통·물류업 특성상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징동닷컴, 아마존, UPS 등 굴지의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메자닌 구조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해당 구조를 화재 확산의 주범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분석 기관 '인더스트리 리서치'에 따르면, 메자닌 구조의 물류센터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42만 개로, 19억㎡ 규모다. 특히 미국에만 18만 개 물류창고에 메자닌 구조가 적용됐다.
특히 국토 면적이 작고 택배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물류창고의 효율적 운영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방화구획, 스프링클러, 연기 배출 설비 등 화재 안전기준을 강화해 화재가 다른 구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물류센터에 화재 위험이 있다고 구조를 모두 바꾸면 업무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스프링클러나 방화셔터 설치 등 예방 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영효 인천대 Global Trade&Service 학부 교수(전 한국물류학회장)는 "메자닌 구조를 화재 원인으로 연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하이랙과 비교하면 메자닌은 층이 구분돼 화염의 수직 확산이 일정 부분 억제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자닌은 하이랙에 비해 구축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공간 효율성, 작업 생산성, 안전성을 함께 고려해 전 세계 물류센터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20일 '물류시설 화재안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물류센터의 적층식 랙과 스프링클러 설치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화재 예방 및 대응체계를 검토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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