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만명 온다더니, 김밥·샌드위치 100개 폐기"…광화문 편의점 '울분'[르포]

냉장고 한가득 쌓인 바나나우유…돗자리·생수 등 반품 처리
1+1 행사, 재고떨이에도 폐기 물량 상당…"주변에 나눔하기도"

광화문 인근 편의점에 바나나우유(왼쪽)와 라면·음료수 재고가 가득 쌓여 있다. 2026.3.23/뉴스1 박혜연 기자 ⓒ 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발주를 350개 했는데 팔린 건…글쎄요. 한 50개? 100개?"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CU 매장 외부 냉장고에는 빙그레 바나나 우유가 한가득 들어 있었다. 매장 내 진열대에는 공간이 부족해 겹겹이 쌓여 있기도 했다.

해당 매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삼각김밥도 품목별로 200개, 300개씩 발주했는데 절반 넘게 폐기했다"며 "물이나 포카리스웨트, 돗자리 등은 다시 (반품 처리돼) 가져가고 있는데 (김밥류는) 유통기한이 짧아서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공연을 대비해 간편식과 우유 등 신선식품 발주를 늘렸다가 예상 밖의 판매 부진에 재고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광화문 인근 편의점 점주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A 씨는 "(공연 날) 사람들이 서서 구경하지도 못하게 하고 계속 (경찰들이) '이동하세요'라며 밀어내니까 사람들이 돌고 돌다가 그냥 가시더라"며 "생각보다 손님들이 많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인근 CU 매장에서는 반품을 위한 재고 정리가 한창이었다. 매장 밖에는 물과 음료수가 박스 단위로 수십 개씩 쌓여 있었고 점주 B 씨는 반품할 돗자리 수량을 확인하며 오가는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느라 분주했다.

B 씨는 "(본사 직원이) 다른 공연장 매장 자료를 주면서 거기에선 150개, 200개 판매됐다고, 20만 명이 오면 그것보다 더 많아야 되지 않겠냐고 해서 그 자료를 신뢰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해당 매장에서는 BTS 공연 당일 오후 6시부터 1+1행사로 급하게 김밥류 할인 행사를 진행했지만 그럼에도 상당수 폐기 물량이 나왔다.

B 씨는 "바나나우유는 (유통기한이) 한 열흘 정도 여유가 있어 괜찮은데 김밥은 하루밖에 안 된다"며 "샌드위치도 130개 정도 발주했는데 100개 폐기했다"고 전했다.

22일 오후 BTS 컴백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는 광화문광장 인근 편의점. 2026.3.22 ⓒ 뉴스1 최지환 기자

인근 GS25 매장에서도 팔리지 않은 맥주와 라면·스낵·물티슈 등 재고가 쌓여 반품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점주 C 씨는 "길목 통제와 유동 인구 설정을 잘못해서 이쪽 골목으로는 사람들이 거의 안 왔다"며 "다행히 본사에서 일정 부분 폐기 물량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광화문 역사 안 세븐일레븐 매장을 운영하는 D 씨는 공연 당일 지하철 무정차 및 입구 통제로 인해 사실상 하루 장사를 공쳤다고 했다. 그는 "평균 일매출 300만~400만 원 정도 나왔는데 그날은 30만 원밖에 안 나왔다"며 "본사에서는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보상 얘긴 전혀 없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청 인근 편의점들은 상대적으로 통제가 심하지 않았지만 수요는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근무자 E 씨는 "남은 김밥이 너무 많아서 다 폐기하기도 힘들어서 점장님이 그냥 주변 지인들 나눠줬다고 하더라"며 "본사에서는 평소보다 10배 매출을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3배 정도 나왔다"고 전했다.

편의점 CU와 GS25 본사인 BGF리테일과 GS리테일 측은 폐기된 신선식품 물량에 대해 점주와 부담을 나눠 지겠다는 입장이다. CU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구체적인 지원책과 범위를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