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인수' 결국 불발…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종합)
법원에 회생계획안 제출…분리 통해 재매각 추진
청산 가능성도 여전…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 속도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홈플러스가 초유의 선제적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끝내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분리 매각을 통해 다시 새 주인을 찾을 계획으로, 당장 파산은 면했지만 앞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날 오후 서울회생법원에 '구조 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지난 3월 선제적 기업회생 신청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회생계획안에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리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부실 점포 정리를 통해 몸집을 줄여, 홈플러스 인수자를 다시 찾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자,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좋은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한다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통매각 및 전 직원 고용 승계를 주장했던 노조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날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검토하고, 관계인집회 등 채권단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최종안을 도출하는 데까지는 약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려 홈플러스의 존속 여부는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홈플러스 측은 분리 매각 및 부실점포 정리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인력 효율화 등 비용 구조를 전면 재정비하면, 그동안 망설였던 인수 후보들이 다시 한번 홈플러스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지난 6월에도 익스프레스 매각이 추진됐지만 성과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결과가 같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특히 익스프레스를 매각하더라도 이는 미봉책일 뿐, 이후 대형마트 인수자를 빨리 찾지 못하면 자금난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채권단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개별 매각 추진이 아닌 청산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청산은 직원 10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큰 만큼 법원 입장에선 최대한 채권단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리 매각 추진과 별개로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에는 근속 일수가 긴 일부 직원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의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채권단에게 회생계획안의 현실성을 설득해 청산을 피해야 하는 만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또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는 만큼 인수 후보자들의 관심도 커져 매각에 유리할 수 있다.
그동안 모든 임직원의 고용 보장을 촉구했던 노조도 전향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구조조정 등 매우 아픈 과정도 밟게 될 것임을 인정한다"며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개선하기 위해 모든 것을 열어놓고 협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분리 매각 후 인수 작업이 진행된다고 해도,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약 10개월 동안 끌어온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게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기업회생 신청을 한다는 전례 없는 발상으로 진행됐지만 그동안 유동성은 더욱 악화됐고 인수 후보자는 나타나지 않으며 상황이 당시보다 더 나빠졌다"며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불가피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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