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격 규제와 부작용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한국상품학회 회장
새 정부의 산업·경제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 실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플랫폼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를 담은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 미국과의 통상 마찰 등 이슈로 사실상 동력을 잃으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는 당장 소상공인 이슈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배달앱 분야를 핀셋 규제하는 '배달앱 수수료상한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논란이다.
배달앱 수수료상한제는 외식업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고 민간 배달 플랫폼 이용 수수료에 상한을 두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특정 업계에 대한 조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시장 경제의 핵심 원칙을 위반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배달 플랫폼은 코로나 이후 최근에는 외식 유통의 중요 채널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소비 가치와 편리한 선택권을, 자영업자에게는 새로운 판매 채널을, 라이더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소비자와 3중 공급자들이 융합된 다면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수료라는 서비스 이용 가격이 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수요, 공급의 시장 원칙으로 균형을 만들어 준다. 배달앱 시장을 둘러싼 업주, 소비자, 라이더 등 복잡한 이해관계는 서로 갈등하기도 하지만 지난 10여년 간 이들간의 이해를 조정해주고 시장을 발전시킨 데에는 가격의 역할이 크다.
이러한 다면적 이해관계 시장에서 특정 이해관계자(업주)의 입장만을 고려해 시장가격에 해당하는 배달앱 수수료에 가격상한(price ceiling)을 두겠다는 것은, 업주들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정책취지는 이해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자원 배분의 비효율을 가져오고 시장 메커니즘을 왜곡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다.
가격은 본질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결과물이다. 정부가 가격에 개입할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그것이 시장 실패를 보완하거나 사회 전체의 후생을 명백히 개선한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외식업주, 소비자, 라이더가 다면적으로 얽힌 배달앱 시장에서는 누군가가 비용을 덜 부담하게 되면, 다른 누군가가 그 차이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시장이 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비용 재분배가 전체 시장의 효율성을 해친다면, 해당 정책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실증적 연구가 있다.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의 마이클 설리번은 2022년 미국 주요 도시 14곳에서 실제 도입된 수수료상한제 사례를 바탕으로, 플랫폼, 음식점, 소비자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다면적 시장 모델을 검토했다. 이 연구는 수수료 상한이 각 경제 주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총후생의 변화를 측정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상한제 도입 후 음식점의 평균 수익은 단기간 증가한 반면, 소비자 비용 부담은 최대 20% 증가했고, 배달주문 자체가 7% 감소하면서 라이더의 수입도 3.6% 줄어들어 시장 전체의 총 후생은 오히려 감소했다. 자영업자의 수익 개선은 다른 시장 참여자의 손실과 맞바꾼 결과였던 것이다.
심지어 장기적으로는 음식점의 수익 감소로도 이어졌다. 수수료 상한제가 배달앱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며 배달 주문 자체가 줄어들어서다. 마케팅, 주문 유치, 라이더 관리 등 복합적 역할을 수행하는 플랫폼 구조에서 수수료를 인위적으로 묶어둠으로써 시장 전체의 활력을 위축시킨 것이다. 결국 미국에서는 상한선을 폐지하거나 유명무실화하는 정책을 택했다. 수수료상한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단기적으로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시장 전체를 위축시키고 결국 더 많은 자영업자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도 되는가? 약자의 편에 서는 정책이 '정의'라고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제 정책은 정의감보다도 예측과 분석, 그리고 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 시장 생태계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가격상한제와 같은 정책은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고 기업의 혁신을 저해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등 당국도 고민이 깊을 것이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은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감정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하고, 단기 효과가 아닌 장기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가격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플랫폼 시장처럼 다면 시장에서의 정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수수료상한제는 배달앱을 둘러싼 산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만약 비슷한 상황이 다른 산업에서도 발생한다면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단호함보다 섬세함, 속도보다는 심층적인 토론과 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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