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등인데…비비고 왕교자 레시피 왜 바꿨을까?"
[인터뷰]김심해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연구원
"소비자 입맛 수준은 그 이상…풍성한 만두소와 식감·육즙 기대치 높아져"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 2019년 3월 CJ제일제당 서울 본사. 비비고 만두와 관련한 연구원·마케팅·구매·영업 담당자 30여명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만두 대토론회'를 열고 지금의 비비고 만두가 높아진 소비자 입맛에 계속 만족을 줄 수 있느냐라는 주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결국 만두를 리뉴얼하기로 의견이 모였다. 1등 제품만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어 새로운 시도는 양날의칼이 될 수 있다는 부담은 있었다. 하지만 1등이란 타이틀에 만족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렇게 약 2년에 걸친 '뉴비비고 왕교자' 작업이 시작됐다.
김심해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연구원은 2년 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2013년 12월 출시 이후 2015년부터 시장점유율 1위와 연평균 매출 30% 이상 성장하는 비비고 왕교자. 누가 봐도 변화가 필요 없을 것 같은 제품에 리뉴얼 택한 계기였다.
김 연구원은 "비비고 왕교자의 현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점검하는 시간이었다"며 "소비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제품인 만큼 시장의 요구를 확인하는 작업이 먼저였다"고 설명했다.(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지난 29일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 갈수록 소비자 눈높이 높아져…현재의 1등 보장 못 해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5일 기존 제품에 맛과 품질을 한층 끌어 올린 '뉴 비비고 왕교자'를 출시했다.
뉴비비고 왕교자는 시장 점유율 1위 비비고 왕교자의 확장판이다. 비비고 왕교자는 2013년 출시 당시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기존 제품과 다른 꽉 찬 만두소와 쫄깃함을 갖춘 만두피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1등으로 올라서기까지 2년이면 충분했다.
김 연구원은 1등이란 위치에도 높아지는 소비자 입맛에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더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육즙에 갈증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계속 늘어나서다. 지금의 1등이 계속될 것으로 안심할 수 없었던 이유다. 시장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경쟁사 역시 맛을 대거 끌어올린 신제품을 계속 내놓으면서 확실한 한방이 필요했다.
"비비고 왕교자는 고객에게 압도적인 사랑을 받으며 매년 안정적으로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높아진 소비자 입맛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1등이란 책임감과 불안감이 공존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리뉴얼 결정이 내려지고 '소비자가 원하는 맛' 찾기에 집중했다. 과거 소비자는 '냉동' 만두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저 한끼를 때우는 냉동식품이란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외식 전문점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높은 제품력을 기대하고 있다.
식품연구소의 소비자 조사를 봐도 비비고 왕교자의 변화 필요성에 무게가 실렸다. 소비자들은 1등 비비고 제품을 경험했음에도 △꽉 찬 풍성한 만두소 △만두소의 살아 있는 식감 △육즙·만두소의 촉촉함을 가진 제품을 원했다. 현재의 비비고 왕교자만으로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소비자가 원하는 왕교자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며 "다른 프로젝트와 비교해 소비자 조사만 8배 이상 진행해 소비자의 정확한 요구사항을 파악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 육즙 늘리니 축축…'맛의 균형'에 대부분 시간 쏟아
김 연구원을 포함한 식품연구소 직원들은 소비자 조사에 따라 '육즙'과 '식감'에 집중했다. 만두에 잔뼈가 굵은 그들이었지만 비비고 왕교자의 상품력을 더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리뉴얼 프로젝트 시작 후 연구소 직원들은 최고의 식감을 찾기 위해 돼지고기만 수백㎏ 먹은 것 같아요. 전국에 있는 만두 맛집 대부분을 뒤지고 직접 가서 맛을 봤습니다. 단순히 '1등 제품에 변화를 주자'는 것이 아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찾고 혁신하자'는 마음이 컸기에 힘든 줄 모르고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당면을 줄이며 최고의 맛을 찾아갔다. 대신 야채와 살코기 함량을 늘려 좀 더 꽉 찬 소를 구현했다. 무엇보다 식감을 높이기 위해 고기를 기존보다 더 큼직하게 썰었다. 이 과정을 반복하고 동시에 시식을 거듭했다.
소비자 의견에 따라 육즙을 늘리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축축함 때문에 비비고 왕교자의 장점인 쫄깃함이 줄어들었다. 리뉴얼 시작 이후 가장 큰 난관이었다.
김 연구원은 "전체 연구 시간 중 3분의1을 육즙 균형에만 할애했다"며 "반복적인 소비자 조사와 내부 시제품 논의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만두피 더 쫄깃해졌네…비결은 '콩가루'
뉴비비고 왕교자의 또 하나의 비결은 바로 콩가루다. 수많은 식재료를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옛 문헌까지 뒤졌다. 그러던 중 과거 우리 선조들이 만두피에 콩을 넣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양한 연구 끝에 콩가루가 만두피를 더 투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결과를 얻게 됐다.
김 연구원은 "투명한 피를 통해 꽉 찬 만두소와 속재료를 확인할 수 있다"며 "눈으로 먼저 맛을 즐길 수 있는 효과를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만번 이상 치댄 만두피는 더 쫄깃해졌다. 만두피 비결만큼은 '영업비밀'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 연구원은 "만두피에 들어가는 배합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뉴비비고 왕교자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해 리뉴얼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비비고 만두는 총 5가지다. 그는 "뉴비비고 왕교자의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이라면 다른 제품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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